도둑이 자신의 옷장에서 해골로 발견됐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런 거짓말 같은 사건이 20년 전 바하마에서 일어났다. 오랜 외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주인은 안방 옷장을 정리하다가 옷 사이에 꼿꼿이 서있는 해골을 발견했다. 경악한 집주인은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결과 해골의 주인공은 빈집털이를 위해 침입했던 좀도둑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본래 심장병을 앓고 있던 ‘리날도 포르리노’라는 좀도둑이 주인의 없는 빈집을 털기 위해 침입했다가 비상벨이 울려 얼떨결에 옷장 속에 숨었으나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후 12개가 넘는 방을 가진 호화주택을 경찰이 수색했으나 좀도둑을 찾지 못한 채 2년 반 이상 방치돼 해골로 변했다는 엽기적 결말이다. 주인 입장에서는 1개월 이상 자기 옷장에 해골을 넣어둔 채 생활했다고 하니 더욱 소름끼치는 일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를 ‘옷장 속의 해골’(A skeleton in the closet)이라는 경구로 널리 알려졌다. 이는 자신도 모르는 약점이 옷장 속의 밑바닥에 숨겨져 있다가 검증이라는 작업을 통해 세상에 공개된다는 의미다. 물론 당사자는 낙선하거나 이에 앞서 선거를 포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무엇보다 그동안 쌓았던 그의 공신력이 물거품이 되는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과거 미국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 가운데 ‘옷장 속 해골’들이 튀어나와 눈물을 뿌린 사례가 여러 건이다. 우리 기억 속에 희미하지만 1988년 미국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 ‘게리 하트’는 대통령 당선이 점쳐질 정도로 강력한 인물이었다. 그런 게리 하트가 돌연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그가 젊은 모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제2의 케네디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했으나 베트남 전쟁에서의 영웅담을 과장했다가 망신당했고 결국 낙선했다. 케리와 함께 베트남에서 싸웠던 전우들이 그의 허풍을 폭로했다.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은 대학시절 17장의 주차위반 딱지를 받은 사실과 이 가운데 15장에 대한 납부를 미루다 대통령선거 출마선언 2주 전 급하게 납부했다는 사실까지 까발겨졌다.
올림픽이라는 태풍권에 함몰돼 그렇지 지금 대한민국은 중요한 정치절차를 진행중이다. 여야 모두가 자당의 대통령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을 치루고 있다. 후보 모두가 자신의 과거 이력에 화장의 덧칠을 하고 국민 앞에 나섰지만 언제 ‘옷장 속 해골’이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