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名品)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혹은 그런 작품을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전적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명품은 고가(高價)이며 희소성이 있고, 특히 높은 브랜드 이미지로 타인들의 부러움을 사야 한다는게 요즘 세태에 맞는 표현일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나 스포츠경기의 관람객들은 본연의 임무(?)와는 무관한 스타들의 명품사용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예를 들어 드라마를 찍던 여배우가 명품가방을 베개삼아 낮잠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검색어순위 상단을 차지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스타플레이어는 그의 성적보다 그가 손목에 찼던 명품 수제시계가 5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화제에 올랐다.
국내에서 명품가방이나 시계, 가구, 구두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글라스 한 개에 100만~300만원, 가방 한 개에 700만~1천만원, 구두 한 컬레에 수백만원을 넘나들지만 없어서 못판다는게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오히려 선진국보다 같은 제품을 비싸게 판다는 의혹이 일정도로 고가의 제품에 대한 욕망이 끝없다. 오죽하면 명품제품을 사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혹은 명품매장에서 제품을 훔치려다 붙잡히는 사례도 빈발한다. 명품열풍은 주식시장에도 침투해 명품펀드를 조성했는데 ‘루이00’, ‘구0’, ‘프라0’, ‘샤0’ 등 이른바 명품 소비재 제조업체에 투자하는 명품펀드는 주식시장에서 블루칩에 속한다.
그런데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명품의 가격과 인기에서 품격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진짜 명품은 제품의 가격이 높기는 해도 제품의 역사와 제작과정에 여타 제품들이 넘보지 못하는 품격을 갖고 있다. 또 사용자 역시 그에 걸맞는 품격을 위해 제품을 구입하고, 수십년 혹은 평생 특정 제품만 고집하는 소비자들에 의해 명품은 품격이 높아져 간다. 명품은 사용자와 어울려 향기를 발산하고 이러한 향기가 명품의 그레이드를 설정한다. 어찌보면 명품의 가격은 오랜 기간 유지된 품격을 계량화한 것으로 풀이해도 무방할 듯하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될 점은 명품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한 제조사의 품격이다. 국내에서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명품업체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 순익대비 기부금 비율이 0.14%에 불과하며, 1년에 70여만원을 기부한 업체도 있다고 하니 울화가 생길 정도다. 더욱 가슴아픈 것은 불매운동이라도 하고 싶지만 동참자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