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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詩산책]정원도"나무들의 투자법"

나무들도 투자를 한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보다 먼 안녕과 종족의 번성을 고려하여

충분한 나뭇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일부는 바람이 와서 먼저 따 버리고

일부는 벌레가 와서 갉아 먹을 것을 고려한

확률까지 적용한다

이래저래 용하게 햇빛과 잘 융합하여

최소한의 생계에 필요한 나뭇잎이 100개라면

그는 몇 배를 더 달기 위해 잠을 줄이고

동분서주 사방으로 가지를 친다



날마다 최소한의 번성을 보장받기 위하여

햇빛이 잘 드는 쪽으로 몸을 비틀며

꽃을 갈무리하고 열매를 건사한다

착한 자본의 순환이다

나무들의 투자법이다

나도 그런 투자를 해야 한다

- 정원도 시집 ‘귀뚜라미 생포 작전’ / 2011년/푸른사상



 

 

 

나무는 자신이 생성해낸 것을 소유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번성을 보장받기 위하여”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그냥 그 자리를 지킬 뿐이다. 제가 생산한 것을 나눠주고 잎과 꽃과 열매가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떠나보낼 뿐 그것을 붙잡고 있지 않다. 생이불유(生而不有), 생성하나 소유하지는 않는 것. 소유하지 않는다면 불안이나 불편함, 비교에 의한 경쟁심리도 없을 것이다. 최소한의 번성을 위한 투자를 하고 스스로 그 결과물을 갖지 않는 것. 하여 나무가 주기적으로 그러하듯이 내려놓을 일이다. 지고 있는 것, 쥐고 있는 것, 다 내려놓을 일이다. /박설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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