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에 보면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뿐이로다. 논밭을 갈마들여 삼사차 돌려 맬 제,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때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라는 소절이 있다. 바쁜 농촌 풍경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노랫말처럼 기존의 모든 농사일은 인력으로 손수 챙기지 않으면 곡식이 제대로 자랄 수 없었다. 산업이 발달하고 농업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제초제를 사용하고 기계화로 인력 문제는 덜게 됐지만 살충제 등 농약 살포로 인한 생태환경 오염과 이로 인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지금은 신선식품 외에 가공식품까지 많아지면서 먹거리도 다양해지고 풍요로워졌다. 소비자들 역시 나와 내 가족의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다. 이에 땅과 자연을 악화시키는 관행농법에서 벗어나 자연에 순응하며 벌레, 지렁이와 공생하는 생태농법, 유기농법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 제품을 선호하면서 유기농 채소, 과자, 화장품, 의류까지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제품의 농약 잔류 수치 확인은 필수가 됐다. 제초제, 살충제 및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는 대신 논에 왕우렁이, 미꾸라지, 가물치, 오리 등 옛 선조들의 농법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논에 쌀겨를 살포해 유효미생물을 증식시키고, 잡초발아 억제와 지속된 비료 효과를 얻는다. 또 벌을 키워 자연수정을 유도하는 농법도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중 하나다. 이렇게 유기농법에 이용되는 물고기나 동물들은 제2의 유기농 식품이 되기도 한다.
유기농법이란 생물학적인 방식으로 비료를 주고 병충해를 방지하는 기술로 통칭되고 있다. 넓은 의미로는 농업 생태계의 건강, 생물의 다양성, 생물학적 순환 및 토양 생물학적 활동을 촉진·증진시키는 하나의 총체적 생산관리체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유기농법은 하나의 농사기술을 넘어서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새로운 생산과 소비 패턴으로써 세계적으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기농법을 이용해 1박스 나올 만큼의 감자를 심으면 그의 3배인 3박스가 나온다. 만약 비료를 사용하면 8~10배, 여기에 비닐을 씌우면 16배, 농약까지 쓰면 26배를 수확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제초제와 농약을 쓰지 않아 잡초로 엉망이 되고, 병충해가 심해 수확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초기 작황이 어려우니 3대를 알거지, 무지랭이로 키울 각오를 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저생산일지라도 유기농 농산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가능한 일이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온라인 오픈마켓 운영, 로컬푸드 매장 안에 개인매장 운영, 식당·마트와 계약재배를 통해 농산물을 공급하거나 직접 식당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유통 방법이 있다. 또 유기농법을 통한 유기농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Healing) 분야로까지 사업 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유기농법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체계적인 유기농 가이드라인 정립과 홍보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농가는 품질 좋은 농산물을 재배하고 판로를 개척하며 정부의 지원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2005년부터 유기농업기사, 유기농업기능사 민간자격시험이 실시되고 있어 앞으로는 과학적·전문적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유기농업 전문가 집단이 한국유기농업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제 유기농업 핵심기술을 수용하고 실천함으로써 환경보전 기능과 고품질 안전식품 생산에 기여해 땅만 파는 농부가 아닌 부가가치를 올리는 고소득 농업인이 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국가 식량안보 차원에서 모든 농가가 유기농업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에게 딱 맞는 유기농법을 통해 수확한 농작물들을 우리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해 연구개발 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농지의 자연친화 농업인 유기농법이 소비자 욕구 충족과 농가소득 향상으로 이어지며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