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小食)하면 장수(長壽)한다는 통설이 위협받고 있다. 칼로리 제한, 즉 소식을 해도 수명을 늘리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 권위 과학지인 ‘네이처’지(誌)에 따르면 원숭이를 대상으로 소식을 시켰지만 건강상태를 증진시켰을 뿐 수명을 늘리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소식하면 수명이 30~40% 증가하는 것을 통설로 여겼다. 또 인간과 유전적 공통점이 많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서도 소식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가져 왔다. 그러나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숭이에 대한 실험결과가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논문을 주도한 볼티모어 국립노화연구소(NIA) 실험 노년학자 라파엘 드 카보는 “확실해진 것은 칼로리 제한이 지구상에 걸어다니는 모든 생명체의 수명 연장 성배(聖杯)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원숭이를 1~14세, 16~23세 두 개 그룹으로 분리해 정상 칼로리보다 30% 줄인 먹이를 제공한 결과, 어떤 그룹도 정상적으로 먹이를 먹은 원숭이 집단과 수명에서 차이가 없었다는 것.
다만 다양한 연령대 그룹에서 소식하면 노화와 관련된 질병이 늦게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확정적 진실은 아니다. 앞선 학계의 연구에서는 ‘소식=장수’라는 결과가 도출된 사례가 오히려 많다. 스칸디나비아의 명문인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세포-분자생물학과 미카엘 몰린 박사는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세포노화에 따른 유전물질 손상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페록시레독신-1 효소’가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과학전문지 ‘분자세포’에 게재됐는데, 결국 소식하면 노화를 방지하는 ‘페록시레독신-1 효소’가 늘어나 수명을 늘인다는 설명이다.
또 영국 컬리지런던대 연구팀도 포유동물에게서 칼로리 섭취를 제한(소식) 했을때 골다공증의 발병이 낮아지고 뇌가 건강해지는 등 건강해 진다고 주장했다. 소식은 질병발병률을 줄여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것이다. ‘생물학 의학저널’ 등도 하루 섭취하는 칼로리의 약 40%를 줄이면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장수노인들은 대부분 소식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공통적 특성이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모두 인정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생명을 연장하고픈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단편적 연구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