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부모가 있는 집에서 잠자는 일곱살 여자아이를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을 가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사건 발생 몇시간만에 붙잡힌 용의자 고모씨는 어린아이 가족과 평소 알고 지낸 20대 남성이다. 불과 열흘전에 전자발찌를 찬 40대 전과자가 자녀들을 유치원 통학차량에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온 이웃 동네 가정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에 대한 끔직한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정주부 피살사건 직후에 정부여당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성범죄 우범자 관리와 감독을 대폭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돌이켜 보면 비난 여론이 빗발치면 당국은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다시 문제가 생기면 재탕·삼탕 자료까지 끼워넣은 ‘엄포용’ 혹은 ‘과시용’ 발표만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번 나주 사건 직후에도 행정안전부는 성폭력 우범자 전담 인력과 112 상황실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성범죄자들을 다스리는 법의 잣대가 느슨한 것은 아닌가 뒤돌아봐야 한다.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형사법관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심 선고 기준으로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전체 사건 피고인(2010년 482명, 2011년 468명)의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2010년 41.3%(199명)에서 작년에는 48.1%(225명)로 6.8%포인트나 높아졌다. 자료를 발표한 박형준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합의나 공탁을 형량이나 신병처리의 결정적 요소로 고려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이 줄었다는 것은 국민감정상 심각한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현장에서 사실상 사라졌던 불심검문을 경찰이 2년만에 부활시키기로 했다. 경찰청은 ‘묻지마’ 범죄와 아동 성폭행 등 강력 범죄 예방을 위한 특별방범 활동 차원에서 이달부터 대로상에서 불심검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라는 지침을 2일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내려 보냈다. 용의자들을 모두 색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몸에 흉기를 지니고 다니다가 주변인들에게 휘두르는 식의 ‘묻지마’ 범죄는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성범죄,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은 엄단해야 하며 가중처벌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후약방문 보다는 사전에 끔찍한 일을 막는 것이다. 과연 학교주변이나 범죄 취약지에 대한 일상적인 순찰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필요한 장소에 경찰관이 제때 배치되고 있는지 이것부터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