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최진연 유적전문 사진기자가 2년 동안 도내 전역에 분포된 옛 산성 211여개소를 직접 답사한 결과물인 ‘역사의 흔적- 경기도 산성 여행’은 산성사진과 해설이 담긴 국내 유일의 산성 에세이집이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펴낸 이 책은 독자들에게 ‘경기도에 이렇게 산성이 많았나’하는 놀라움을 줬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이 기억하는 경기도내의 성은 그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남한산성, 당항성, 독산성, 북한산성, 이성산성, 처인성, 설봉산성, 파사산성, 문수산성 정도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 특히 산성이 경기도에 유난히 많은 이유는 이 지역이 삼국 쟁패의 요충지였을 뿐 아니라 중국과 가까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군사상의 요지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의 산성에 대한 관심을 아주 미미하다. 특히 북한산성은 요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으로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남한산성과 달리 오랜 역사와 귀중한 문화자산을 담고 있음에도 무관심 속에 저평가돼 왔다. 현재 사적 제162호로 지정돼 있는 북한산성은 백제가 위례성에 도읍할 때 도성을 지키는 북방의 성으로 132년(개루왕 5)에 축조한 것이다. 여기서 백제의 주력군이 고구려의 남진을 저지했고, 근초고왕의 북진정책에 따라 북정군(北征軍)의 중심요새가 됐다. 한마디로 삼국 간의 쟁탈대상지로 중요한 지점이었던 것이다.
지금 북한산성이 있는 북한산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자연 공원으로 우리나라 1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도 그저 휴식하기 좋은 국립공원이자 도심 가까이 있는 등산코스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늦기는 했지만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북한산성문화사업팀이 북한산성의 문화유산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5일부터 북한산성 문화교육 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이다. 북한산성 명소인 수구산장을 북한산성정보교육센터로 활용, 북한산성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라는 것이다.
특히 퇴직교원들이 역사해설을 맡게 되는데, 이는 평생교육사업의 또 다른 사례로 정착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동안 도는 북한산성을 경기 북부의 대표적 역사문화명소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고양시·경기문화재단과 협력해 ‘북한산성 문화사업팀’을 구성하도록 했다. 이달부터는 성곽정밀지표조사, 행궁지 발굴조사, 문화재안내판 정비사업 등도 추진된다고 한다. 사업이 잘 추진돼 북한산성이 역사와 생태, 문화 학습장소로 활용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