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관의 진정성이 확보돼야 건전한 문화 예술 지원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기부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예술과 문화, 경제에 대해서는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가 이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담 스미스는 예술, 문화에 있어 경제적인 딜레마에 대한 연구는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체계화된 이론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경제학에 있어서 예술,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 계기가 된 것은 1966년 미국의 경제학자 보몰과 보웬(Baumol and Bowen)이 ‘공연예술: 경제적 딜레마’(Perfoeming Arts: The Economic Dilemma, 1966)을 저술한 이후이다.
그들의 분석에 의하면 경제적 곤란을 일어나는 사유는 ‘보물의 병(病)’이라고 하는 비용질환(Cost Discase)이다. 공연예술은 예술가가 직접 참여하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인데, 신기술개발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만성적인 적자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연예술 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입장료를 인상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소수의 부자들 외에는 누구도 공연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오페라는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출연 배우의 숫자가 줄거나 규모가 줄지 않으며 과거의 전통적 방식과 똑같이 제작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만성적 적자인 비용질환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악, 음악, 연극 등 순수예술의 경우 이러한 경제적 딜레마는 더 깊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유럽의 경우 국가와 귀족들의 메세나를 통해 예술가 지원이라는 형태로 이뤄지고, 특히 프랑스의 경우 16세기부터 국가의 개입을 통해 문화 예술의 지원을 강화해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이와 달리 문화 예술의 실용주의 부분을 강조해 예술 자체의 독립성 부분을 강조한 정책 때문에 현대에 들어 기업 혹은 개인 독지가들의 예술 지원을 바탕으로 예술에 대한 기부들이 있어 왔고, 정부에서 예술 지원에 개입하는 것은 최근 들어 사회적인 공감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권에선 문화 예술의 지원 정책은 지극히 미약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경제적인 선진국에서 문화적인 선진국으로 도약을 목표했던 일본의 경우도 이러한 지원 제도에 대한 정책의 합의에는 미약한 수준이다. 일본은 공익단체의 법인 취득과 세제 우대조치가 연동돼 있기 때문에 허가를 부여하는 주무관청의 심사가 까다롭다. 따라서 시민활동의 자발적 기부참여의 활성화가 미흡한 실정이었으나 1995년 한신대지진 이후, 시민활동의 기부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1998년 12월 NPO법(특정비영리활동촉진법)의 시행으로 시민들의 자유사회 공헌 활동과 건전한 시민사회 발전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는 문화 예술 분야에도 NPO법인 설립 붐이 이뤄졌고, 비용부담이 컸던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시민 문화 예술 활동과 연계돼 현재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일본에 비해 무척 역사가 짧다. 비교적 최근에 고민을 하고 있는 영역이다. 지난 1980년대 이전까지 모든 것이 경제 성장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경제발전에 매진해 문화 예술의 사회 복지 개념이 희박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민간재단이 만들어지면서 기부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공립극장의 후원회, 문화 예술에 대한 기부에 대한 오랜 고민을 해오면서 한국에서 기부문화의 정착에 대한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문화 동반자 관계가 필요하며, 이는 소액 기부자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관의 진정성이 확보돼야 건전한 문화 예술의 기부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기관의 진정성을 통해, 기부문화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자가 재직하는 아트센터에 저자로서 ‘숨 쉬는 극장’ 책자 발간을 통해 수입금 전액을 아트센터에 기부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기관의 진정성을 알려 문화 예술에 대한 기부, 협찬의 필요성이 전파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