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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가 돌아왔다. 집나간 며느리까지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 굽는 냄새가 벌써 코끝을 감돈다. 조선시대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전어는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파는데 귀천이 모두 좋아했다. 사는 사람은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한다”고 유래를 적었다. 조선시대부터 맛에 관한한 공인을 받은 셈이다. 정약전은 그의 저서 ‘자산어보’에서 전어를 한자로 전어(箭魚)라고 썼지만 “기름이 많고 맛이 좋고 짙다”라며 맛에 관해서는 이론을 달지 않았다.

9~10월 사이 가장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전어는 학계에서도 전어의 지방 함유량이 봄보다 가을에 3배 가량 증가한다는 연구로 뒷받침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며 소변기능을 돕는다고 해서 중장년들에게 권하고 있다. 여기에 학습능력을 끌어올리는 DHA가 많아 아이들이 먹어도 좋고, 요즘 뇌혈관 예방효과로 인해 인기절정인 오메가3의 주성분인 EPA가 풍부해 누가 먹어도 건강해질듯 싶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전어를 전어답게 하는 것은 그 맛이다. 우선 전어는 뼈를 통째로 먹을 수 있어 식감좋게 듬성듬성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먹거나 회덮밥을 만들어 먹으면 일품이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뒷맛이 고소한 전어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젓갈이나 초고추장의 강한 맛에 전어 특유의 풍미를 느낄 수 없다면 옆집에 미안하지만 전어를 구어 먹으면 그만이다. 굵은 소금을 뿌려 연탄불에 굽기도 하지만 화력이 강한 콩대숯불에 굽는 것을 최고로 친다. 구운 전어는 얌전을 떨지 말고 두 손으로 들고 머리부터 서서히 뜯어먹는데, “전어에 깨가 서말 있다”는 말은 전어의 머리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전한다. 음식을 소재로 만화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 만화가 허영만은 그의 작품 ‘식객(食客)’에서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을 전어의 굽는 냄새로 살려내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으니 가히 전어의 위력을 알만하다.

지난해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폭등해 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던 전어를 이번 가을에는 1/3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연이은 태풍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조업에다 어획량까지 풍부해 가격이 그만큼 싸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주말부터는 전국적인 전어축제가 시작되는데 수도권 주민들은 멀리가지 않아도 경기도 궁평항이나 소래포구, 인천연안 등에서 손쉽게 전어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올 가을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앉아 전어 회와 구이를 즐기며 가을밤을 지새는 것도 좋을 듯싶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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