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찰청 인권센터 야외마당에서는 ‘경찰인권영화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식전행사로 ‘한여름 밤의 콘서트’가 열렸고, <여섯 개의 시선> 등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 4편과 수상 작품 6편이 상연됐다. 또 특별 미술작품 전시회도 열렸고, 사회복지법인인 YOURWAY에서 개최하는 범죄피해자 지원을 위한 음료 바자회도 열렸다. 이날 음료 바자회의 수익금 전액은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쓰였다. 한편 재미와 감동 모두를 주고자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이라는 이벤트로 함께 열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할 것이다. 경찰과 인권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으니, 경찰이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제를 개최한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인간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가장 본질적인 인권 보호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청 산하기관인 인권센터에서는 인권 소식지인 ‘마주’를 정기적으로 발행해 배포하고 있다. ‘마주’는 ‘어떤 대상을 향해 열려 있는 자세’를 표현하는 순우리말이다. 경찰청 인권센터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인권의 수호자인 경찰관들에게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심어주고자 늘 국민과 마주 보고 불의와 차별에 맞서는 경찰로 거듭나고자 인권 소식지 ‘마주’를 발행하게 됐다. 이처럼 경찰청 인권센터에서는 시민의 ‘인권’을 더 가까이에서 실천하는 경찰로 발전하기 위해 이번 영화제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경찰청 인권센터는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문화행사로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문화장르인 영화를 선택한 것이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인 셈이다.
경찰인권영화제는 인권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경찰과 시민이 서로 마음을 터놓고 한자리에 모이기를 바라서 그런 것이다. 경찰과 시민 모두를 대상으로 한 이 영화제에는 전국에서 170여 편의 영화가 응모됐다. 이 영화들은 원빈 주연의 2010년 대히트 영화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 <우리 동네>의 정길영 감독 등 4명의 현직 영화감독의 심사를 거쳤다. 그중 6편의 작품이 수상작들로 선정돼 8월 29일 폐막식 무대에서 상연됐다. 1차 심사위원을 맡은 김정환 감독은 “시민들이 출품한 작품에는 우리 사회에서 인권의 여러 면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반가웠고, 대단한 정성과 고민이 담긴 작품이 많았다”고 의견을 표했다. 또 “경찰관이 출품한 작품에는 일선 현장의 경찰관들이 직접 출연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스토리를 입힌 이 드라마형 작품들에는 바쁜 업무 시간에 짬을 내 많은 공력을 들인 것이 엿보인다”고 했다. 김정환 감독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이번 심사를 하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만큼 출품작들 중 상당수의 작품 수준이 높았던 것이다. 영화에는 보통 많은 제작비와 시간이 들어가는데, 무엇보다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가장 많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에서는 전체적으로 ‘배려’와 ‘소통’라는 아름다운 가치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인간들 사이에 서로를 배려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싹틀 때 비로소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완성된다는 중요한 이치를 담고 있는 것이다.
경찰인권영화제는 경찰관 부문과 시민 부문 등 2개 부문으로 나눠 수상작들을 선정했는데, 경찰관 부문 최우수자에게는 특진의 영광을, 시민 부문 최우수자에게는 10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비록 수상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더라도 이번 영화제에 응모한 많은 참가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경찰과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교감하고 교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됐다. 이 영화제가 내년, 그리고 10년 후에도 계속돼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사람이 살맛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