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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7월 2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문호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서생이 아니라 행동하는 작가였던 헤밍웨이가 엽총으로 자살하자 그의 팬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특히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노인과 바다’에서 그는 고기잡이 노인을 통해 고난을 초월하는 인간상을 극명하게 표현하였기에 충격은 더했다.

헤밍웨이가 자살까지 이르는 과정을 보면 유명인의 자살패턴이 촘촘히 놓여 있다. 우선 그는 성공한 문학가로 세계 곳곳의 팬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비행기 사고에서 2번이나 극적으로 생존할 정도의 강인한 육체의 소유자였다. 또 불의에 대항하는 의기는 그로 하여금 스페인내전과 제1차세계대전에 직접 총을 들고 참여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했다. 그러나 말년에는 작품의 성공에 대한 부담과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우울증은 그의 정신을 좀먹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1월 10일 수필가 전혜린이 자살했다. 총명한 머리와 날카로운 이성은 그를 우상화했고, 1960년대 ‘앞서가는 여성’의 상징이었다. 서울대 법대를 중퇴하고 독일에서 학위를 받은 그가 남긴 저서중 가장 유명한 수필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청소년뿐 아니라 지식인 사회에 강한 영향을 끼쳤다. 전혜린의 죽음은 마치 자살을 정신적 우월주의자의 확증적 자기사랑으로 왜곡됐다. 헤밍웨이와 전혜린의 공통점 중 하나는 그들의 자살이 미화됐고, 지금도 그들의 자살이 필연인듯 이야기하는 ‘인텔리젠차’가 많다는 점이다. 어디 이들 뿐이랴. 영화배우, 탤런트, 가수, 정치인, 스포츠맨 등등의 죽음이 그들의 팬들에 의해 추모되는 것이 아니라 미화되는 현상이 나타나 개탄스럽다.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단체가 제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관련자료에 따르면 매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 당 자살하는 사람이 31.2명으로 OECD평균의 3배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살에는 나이가 상관없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살이 10만명 당 13명으로 청소년 사망 원인중 1위라고 하니, 이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분명하다.

자살로 내모는 우리사회의 불완전성에 대한 구성원 전체의 반성과 극복을 위한 자기 부담이 필요한 때다. 여기에 자살을 미화하고 부추기는 얼치기 지식인들과 사회분위기는 영원히 추방돼야 한다. 자살은 자신에 대한 치유할 수 없는 중대범죄에 지나지 않는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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