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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남한산성 ‘굿 음악제’의 意義(의의)

‘산성일기’라는 기록물이 있다. 조선 중기에 병자호란 당시의 일을 한글로 기록한 일기체 기록물로 작자와 저작연대는 밝혀져 있지 않다. 인조가 피신한 남한산성이 포위돼 청군(淸軍)에게 항복하기까지 약 50여 일간의 기록이다. 어떤 면에서는 김훈의 베스트셀러 소설 ‘남한산성’보다 더 감동적이다. 현장에서 국난을 지켜본 자의 피눈물 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정묘호란 이후 병자년 겨울 청나라의 침략과 정축년 정월 ‘삼전도의 치욕’이라고 불리는 인조가 청나라 왕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하게 기술하고 있다.

역사에 가정(假定)은 없다고 했지만, 기울어져 가는 명나라 대신 청나라와의 관계를 중시한 광해임금을 친명파들이 주축이 된 인조반정으로 축출하지 않았더라면 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백성과 군사들이 죽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 외교, 국방, 특히 국가 지도자의 국제 정세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역사다. 병자호란으로 남한산성에서는 추위와 굶주림, 군사작전 실패로 전투 중에 많은 병사와 백성들이 죽었다. 그 원혼들은 지금도 산성 어딘가에서 위로를 받지 못한 채 떠돌고 있을지 모른다.

그 오욕의 현장이지만 지금 남한산성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슬픔도 수치도 우리의 역사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는 15일 남한산성 일대에서 ‘굿 음악제’가 열린다.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 음악회는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무박 2일로 펼쳐지는 음악제다. ‘굿 음악제’는 ‘굿’이라는 순우리말에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거나 신명나는 구경거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단순한 무속의 종교제의가 아니다. 우리나라 각 지방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굿 음악’은 물론 락, 레게, 월드뮤직 등 굿 음악적 요소가 살아있는 대중음악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한다. 신명이 넘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전라도 씻김굿, 대동춤판, 황해도 굿, 경기굿패 산이가 출연하며 가수 한영애, 크라잉 넛, 윈디시티, 니나노 난다, 그리고 지구음악그룹 수리수리 마하수리 등이 출연, 굿 음악과 대중음악의 소통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한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굿 음악제는 남한산성이라는 역사적인 장소 아래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음악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음악회가 경제·사회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1636년 병자호란 때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원혼들을 달래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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