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는 자연재난과 마찬가지로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지만,경제적 피해정도는 15배 더 심각하다.
산업재해는 예방이 최선이며또한 예방이 가능하다.
일터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것은예방기술의 문제가 아니고 적정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일찌감치 시작된 무더위와 긴 가뭄이 두 달간 지속돼 온 국민을 갈증나게 하더니,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연달아 한반도를 지나가는 것으로 여름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있다.
농촌에서는 가뭄과 태풍피해로 가을걷이가 예년만 못해 농민의 한숨이 깊어지고, 바다를 생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적조와 태풍으로 몇 년간 공들인 양식장을 송두리째 잃고 슬픔에 빠져 있다. 도시에서는 오르는 시장물가로 걱정이 많다. 예년에 없던 올 여름 이상기온이 가져온 피해와 고통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뉴스의 초점이 날씨와 재난에 가 있는 동안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 산업재해가 이 시기에 집중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올해도 무더위가 급발진을 시작하던 6월 18일 화성시 소재 접착제 공장 폭발사고로 13명의 사상자를 낸 후, 7월 18일 광주시 냉동창고 암모니아 누출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8월 17일 강원도 삼척시 가스폭발로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8월 13일에는 서울 한복판 미술관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7명의 사상자를 내고 8월 20일 서울시 연남동 경의선 철로보수공사현장 작업차량 전복사고로 9명의 사상자를 냈다. 8월 23일에는 충북 청주시 소재 화학공장 폭발로 14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나마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대형 산재사례만 열거한 것이고 전체 산업재해자, 특히 사고 사망재해자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반복해서 매년 겪는 자연재난과 일터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연중 가장 무덥고 비가 많은 여름철에 빈발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천재지변에 가까운 재난은 현대 과학기술로 완벽한 예방이 어렵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를 통한 피해의 최소화가 대책인 반면 일터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우리의 노력으로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다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사람의 노력으로 예방이 가능한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정도는 지난해 약 18조원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의 15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또한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는 원상복구가 가능한 부분이 많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는 사람의 목숨을 잃거나 일을 하지 못하는 신체장애가 발생해 가정 붕괴와 사회적 문제로 발전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산업재해는 예방이 최선이며 또한 예방이 가능하다. 재해가 발생하는 원인은 일터가 안전하지 않거나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게 일하지 않는 것에 있다. 일터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것은 예방기술의 문제가 아니고 적정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사람이 안전하게 일하는 것은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기본에 충실한 안전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업장을 포함한 사회 각 계층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질서와 안전을 생활화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사회 각 분야에서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계몽운동이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안전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안전문화를 성숙시키는 일이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비로소 힘을 발휘할 때 우리 주변에서 산업재해로 인해 고통을 받는 이들의 모습이 사라질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하절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8, 9월을 ‘사고 사망재해 예방 특별 강조기간’으로 선포하고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다치고 죽는 상황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대책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사업장은 물론 사회 각 분야의 참여로 사고 사망재해가 우리 일터에서 획기적으로 감소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