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불균형과 불평등에 대한 갈등의 요소는 사회전반적인 영역과 만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사안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넘어야 할‘산’일 것이다.
사회갈등은 대체적으로 광범위하고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공공의 영역에서 이뤄질 수도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들이 집약되면서 집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사회학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주기적인 언론매체의 노출빈도만 조사해도 그 사회가 갖고 있는 갈등의 형태와 흐름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각 영역과 부문에 있어 갈등의 내용과 대중의 생각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드러난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됐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기관보다 갈등해결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욕구가 매우 구체화돼 있고, 자료도 많이 확보하고 있어 행정기관을 무색하게 하는 경우도 흔하게 일어난다. 이전의 갈등은 부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갈등이 주류였다면, 최근의 사회갈등은 사실관계 이외에 투명성과 관련한 사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위기와 관련한 지표들이 위험 수위 넘어가며, 사회 곳곳에서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주택재개발과 관련한 사안들은 이제 ‘시한폭탄’이라는 말로 압축되며 잠재적인 갈등의 최대 사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고용불안은 몇 년 전 ‘88만원’이라 명명하며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청년세대의 공부와 경제활동사이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울러 함께 이야기되던 중년의 고용불안은 50대의 명태와 관련한 이야기가 회자됐다. 또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년의 마음은 속이 타들어간다. 자녀의 교육과 결혼, 자신의 노후와 관련된 고민의 정도는 그간의 업무경험과 ‘나이듦의 지혜’를 사회에 환원하기 쉽지 않다. 언론 보도는 이제 40대의 명태와 고용구조의 변화가 늘고 있다는 보도로 우리사회 중심인 40대의 고용마저도 위태로움을 보여준다. 사태가 여기에 미치자 경제적인 불균형과 불평등에 대한 갈등의 요소는 사회전반적인 영역과 만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사안은 우리사회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일 것이다. 산업구조가 보다 투명하게 되고, 공공영역의 정책이 주민의 욕구와 함께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면 최소한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도 되기에 어렵다고 해도 버틸 의지는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충남도 온양에서 있었던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행사에 다녀왔다.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에 있어서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경제의 방안, 혹은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와 어려움을 대체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내용들이 이야기됐다. 전국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이 충남에 모여 사회적경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지역의 각 조직간 네트워크 활성화와 사회적경제 의미와 가치 확산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특히 관심이 있었던 내용은 ‘사회적경제와 삶의 질 향상’을 주제로 해서 열렸던 오픈스페이스(열린토론) 행사였다. 다양한 영역과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주제에 맞는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을 격의 없이 이야기 하는 방식이었다. 같은 그룹에 참여했던 이들은 잠시 학업을 접고서 사회적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휴학생에서부터 전직교수, 생태공동체를 꿈꾸는 교사와 어린이집 원장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했다.
토론과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우리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 어떻게 사회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증언하는 무대 같았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이야기된 것은 ‘많이, 잘먹고, 잘벌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다운 경제활동과 그에 걸맞는 대우,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정리가 됐다. 경제위기에 맞서는 대안적인 경제활동은 새로운 관계회복을 위한 치유뿐 아니라 사회갈등을 줄이는 또 다른 출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