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라고하면 보통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소, 돼지, 닭 등 산업동물을 진료하는 임상수의사도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업동물 수의사는 가축의 진료뿐만 아니라 가축방역, 동물용 의약품 처방, 농장 컨설팅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축산농가의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건강한 가축을 유지시켜 양질의 안전 축산물을 생산하는 최일선의 안전관리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동물 수의사의 업무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하다는 일명 3D분야라고 인식되면서 산업동물 수의사로 지원이 줄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임상수의사는 고령화되어 가축방역사업의 추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축산농가에게 수의진료서비스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2008년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동물병원 중 산업동물 병원 비율은 3,351개소 중 679개로 20% 정도에 불과하며 산업동물 전문 수의사의 연령대는 40대 이상 80%이며 60대 이상도 34%에 이른다고 한다. 산업동물 수의사 진출이 이렇게 점점 줄어드는 이유는 국내 축산업의 비중이 전체 농림업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수의과대학 교육 과정 중 산업동물 관련내용이 반려동물에 비해 소홀하다.
산업동물 수의사 부족·고령화 문제
이에 따라 산업동물수의사 양성이 미흡하고 수의과대학 졸업 후 동물병원, 대학, 연구소 등에서의 산업동물 전문 인턴과정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임상수의사로써 진출이후에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이 없어 수의임상진료 기술 발전이 더딘 점,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악성가축질병의 대규모 확산 및 개방에 따른 축산업 위기 등이 산업동물 수의사로의 진출을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항생제, 생물학제, 마약류 등 동물용 의약품에 대해 적기·적량 투약할 수 있는 ‘수의사 처방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의사 처방제 실시는 작년 7월1일부터 동물사료에 동물용의약품을 첨가하는 것이 금지됨에 따라 축산농가에서 질병관리를 위해 동물용의약품의 오·남용 우려가 있어 국민건강보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제도이다.
수의사에 의해 꼭 필요한 약품만을 처방하는 것은 축산물안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며 산업동물 임상수의사의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산업동물 수의사의 확대는 악성가축전염병 발생시 전문가로써 신속히 방역 현장에 투여되어 차단방역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비전문 시·군 공무원이나 용역인부 동원으로 인한 안전사고위험 및 차단방역 허점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농장단위 차단방역 역할증대에 따라 방역전문가 즉, 농장 주치의로써 축산농가 현장에서의 가축 건강관리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예방은 치료보다 훨씬 쉽고 효과적이다. 산업동물 수의사 확대는 가축질병의 예방을 통해 차단방역에 기여하고 농장 생산성을 향상시켜 국내산 축산물의 경쟁력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축산업내 수의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제도지원이 필요하며 또한 체계적인 산업동물 연수과정이 필요하다. 일정두수 이상의 가축을 보유한 기관에서 축종별 공통 커리큘럼에 따라 임상기법 연수 및 차단방역 전문 과정 이수로 방역전문가로 양성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산업동물 전문 수의사양성을 위해 매년 연수생을 모집해 전문 수의임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연수생들은 연수가 끝난 후 축산관련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산업동물수의사의 확대는 축산농가에게 전문 수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축질병 위기 시 전문 방역 전문가에 의한 신속한 차단방역이 가능하고 예방에 의한 건강한 가축을 유지시켜 안전 축산물을 생산을 통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 할 수 있다.
구제역 등 차단방역 전문가 확보 중요
반려동물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힘든 산업동물 수의사에 대한 희망자가 줄어들고 있어 산업동물 전문 동물병원이 부족한 일선 시·군에서 가축의 진료와 방역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이 산업동물 수의사의 부족과 고령화 추세는 지속적인 축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위험요소가 된다. 특히 구제역 등 국가 재난형 가축전염병의 차단방역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축산분야에 종사하는 수의사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