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슴으로 맺어지는 인연은 얼마나 될까?
옷깃을 스치는 게 인연이라고는 하지만 스스로에게 ‘나의 소중한 인연은 언제, 누구일까?’하고 자문해 보면 확연하게 떠오르는 인연들(?)이 있다.
어느날 의형제로 지내는 형님의 전화를 한통 받았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여행을 제안하는 내용이었고, 흔쾌히 승낙을 했다. 올해 1월 위암 수술을 받은 형님과의 여행인지라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둘만의 여행인지라 한편으로는 기대가 컸다. 머리도 식힐 겸 3박5일 일정으로 부담 없이 다녀오고 싶었다.
부부팀, 자매팀, 모녀팀 그리고 우리, 모두 4팀 8명이 여행사를 통해 자유롭고 편안하게 캄보디아를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한자리에 모여 가볍게 식사를 하며 본인들에 대한 소개시간을 가졌다.
그러고 보면 여행내내 서로에 대한 정보도 없이 순수하게 여행만을 즐겼던 것이다.
필자에게 관심이 보였던 분은 미국 뉴멕시코주 한인회 김두남회장 자매팀.
이천시와 자매결연이 진행되는 산타페이시가 있는 주(州)이고 이천에서 시장님과 시의장님등 사절단이 2개월 뒤에 방문하기로 일정이 잡힌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깊고 긴 대화로 여행을 마무리 했다.
두 자매를 귀국 후 바로 이천도자기축제에 초대 하였고, 이천시장님과의 면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인연의 깊이는 점점 스며들어 명예 이천시민으로 위촉되었고, 산타페이에서의 만남을 뒤로 한 채 김회장님은 미국으로 출국했다.
2개월 뒤인 7월초 이천시장님과 우리 일행은 미국 LA에 도착해서 엘버커키에 국내항공으로 이동했고, 김회장 일행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 우리 일행에게 한인회에서 손수 만든 김밥을 건네주었다. 배고픔을 달래라고 건네준 김밥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때 마중 나와 준 목사님 부부가 계셨는데 준목사 시절에 2년 동안 이천에 머물렀었다며 이천과의 인연을 이야기 삼아 반갑게 맞이해 줬다.
다시 자동차를 이용해 최종 목적지인 산타페이市에 도착해 양 도시간의 협약을 체결하고 일정을 무사히 소화했다.
기간내내 김두남 회장은 우리와의 인연으로 공식행사의 일정을 본인 일인양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는 열정을 보였다.
예술의 도시 산타페이는 이러한 인연으로 가슴속 깊이 담아오게 되었다.
시장님 일행은 산타페이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워싱턴으로 떠났고, 필자와 의형(義兄)은 자동차를 렌트해 LA까지 무려 4천여km를 여행했다. 때로는 한국에서 가져간 텐트로 야영을 하기도 하고, 자동차에서 식사를 하며 여행다운 여행을 겁 없이 감행(?)했다.
여행중에 미국인 핵물리학 박사님 집에서 이틀을 묶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한국인 부인이신 임경애 여사는 우리를 과분하게 환대해 주셨고, 지금도 순수함이 가득한 미소가 떠오른다. 10월에 한국에 오신다니 만남은 또 이어진다. LA에서는 김경자 화가의 아틀리에에서 숙식을 하며 미술관과 아트페어를 원 없이 둘러보는 기회도 얻었다.
돌이켜 보면 캄보디아에서의 조그마한 인연이 좋은 분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인생에서의 전환점이 되는 미국에서의 자동차여행으로 이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미국에서의 자유여행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게 틔워주었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질지는 몰라도 40대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마음의 깊이는 필자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이러한 인연이 억지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에 소중하게 간직하고픈 추억의 한 페이지로 각인되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인연이라는 매듭은 이어지게 마련이다.
다만 이해득실이 없는 순수한 마음을 열고 가슴으로 만나는 인연만큼은 그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지 않을까.
마음과 가슴으로 만난 인연은 너무나도 소중하게 다가왔고, 지금도 그 울림으로 잔잔히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