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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향]김훈동"책의 통로, 향토서점이 사라진다"

 

모든 예술·문화는 한 권의 책으로부터 비롯된다. 반듯한 경제와 과학, 민주적인 정치와 사회 역시 책 없이는 불가능하다. 책을 읽는 삶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반듯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이 가슴에 꽂힌다’라고 책의 장인인 월리엄 모리스가 말했다. 한 권의 책은 인문학이고 예술학이다. 지상의 책 한 권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문화이고 예술이다.

동네서점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경기도 수부도시-수원에도 4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원 최고(最古)의 향토서점이 문을 닫았다. 7년 새에 경기도 내에서 무려 101곳이 폐업했다.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문화적 현실이다. 읽고 싶은 책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손쉽게 보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언제나 서점에서 시대정신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가 풍요롭게 발전하고 과학이 경이롭게 발전하면서 물질시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물질이 정신을 황폐화 시키고 있다. 한 권의 책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사회를 반듯하게 세우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바로 걷게 하는 힘이고 정신이다. ‘내가 읽은 책이 나를 만든다’는 명언이 있지 않은가.

책의 공간이자 예술문화의 공간

도시마다 아름다운 서점이 시민들에게 문화적 긍지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책방에서 창출되는 시대정신이 아름답다. 책의 공간이자 대화와 예술문화의 공간으로 전화되는 서점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서점으로부터 생성되는 자유정신과 독서로 가능한 새로운 세계로의 실험과 탐구는 값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정신과 사상을 탐험하는 일이다. 진리와 진실을 탐구하는 여정이다. 서점의 경영이 결코 녹록지 않은 시대상황이지만 문화적 가업, 정신과 사상의 가업은 중단돼선 안 된다. 인터넷서점의 급성장과 대형체인 서점들이 지방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탓에 동네 토종서점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는 것도 해결할 문제다. 창조적인 지식과 정보의 근원적인 매체인 책의 문화 없이 그 도시의 선진적 발전은 불가능하다. 책 없이 문명·문화는 성립하지 않기에 그렇다. 물론 오늘 책 한 권 사 읽지 않는다고 천지가 무너져 내리지는 않는다. 독서력과 상상력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발전하기 위한 기초다. 서점도 공공도서관 못지않게 인간에게 중요한 삶의 근거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한류현상’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데, 우리 경제·문화의 이런 역동적 전개를 장기적으로 담보하는 데는 ‘책의 힘’이 중요하다. 서점을 통해 책이 널리 소통되고 모두에게 공유돼야 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책과 사람은 서로가 관심을 갖고 만날 때 움직인다. 책은 매나 채찍 없이 우리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넘쳐나는 정보가 실시간에 주어지는 디지털과 영상이 주도하는 시대에도 책은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더라도 책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매체다. 책은 문화다양성을 발전시킨다. 책은 멀리하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사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들의 모습이다. 젊은이들의 지적 역량에 대해 우려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물론 인터넷의 위세로 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일본이 ‘문자·활자 진흥법’을 서둘러 제정한 것도 그래서다. 오늘날 인터넷, TV 등 여러 대안매체로 인해 독서인구와 독서량 부족으로 젊은 세대의 사고력과 논리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높다.

더 큰 세상과 인생 만나게 하는 통로

책은 젊은 시절의 인도자요, 노년의 기쁨이다. 책은 우리의 벗이다. 책을 ‘사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책 자체를 ‘읽지 않는데’ 있다. 아무리 유익한 책도 그 절반은 독자 자신에 의해 만들어 진다. 요즘처럼 세상이 두렵고 해답 없는 질문들로 방황할 때, 책은 우리의 아픈 가슴을 위로해 준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할 때, 더 큰 세상과 다양한 인생을 만나게 하는 통로가 된다. 책의 통로인 향토서점이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게 할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