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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시선]경찰관 직업과 영화 ‘피에타’

 

민생치안 책임지는 경찰 입장에서 사람과 사람, 법과 사람 사이의 조정자 역할을 신중하게 해야 할 때

흔히 공격적인 직업하면 경찰관을 떠올릴 것이다. 검찰 역시 마찬가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국민과 가장 가깝게 접하고 있으니, 공격적인 직업하면 경찰을 떠올릴 만하다. 필자는 그래서 강의 때마다 사회적인 약자에게 신뢰받는 일, 공격적인 정서에 대한 경계, 친절한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강의하는 버릇이 생겼다.

필자는 평소에 성선설이 옳다고 생각해 왔는데, 근래에 인간이 참 악하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김기덕 영화감독이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 칸, 베니스 중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영화계에 놀라운 소식이었고 나는 서둘러 아내와 함께 ‘피에타’를 보았다. 김기덕 감독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영화들을 만들어 왔다. 영화 ‘섬’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영화제에 초청됐고,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잔혹과 엽기성이 깃든 불편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의 영화는 그의 체험의 현장이었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예리하고 섬세하게 스크린에 담고 있었다. 이번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피에타’ 역시 마찬가지이다.

‘피에타’는 돈 중심의 극단적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사라지고, 불신과 증오로 파멸을 향해 추락하는 우리의 잔인한 자화상에 대한 경고를 던진다. 사채 청부업자 강도와 그를 찾아온 엄마라는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다소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자본주의 세계를 말하면서 돈이라는 거대한 울타리에 갇힐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 현대사회 안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전락하는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최근 한국영화들 중 상당수가 잔인한 세상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박찬욱 감동의 ‘올드보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시’, 그리고 ‘악마를 보았다’, ‘공모자들’, ‘이웃사람’ 등 잔인한 스크린 속 풍경들이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영국의 한 비평가는 “총도 거의 나오지 않지만 한국 영화는 잔인하고 짜증스럽다”면서 “그것은 전쟁과 분단, 독재로 이어진 한국인의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도 “한국소설과 영화의 공통점은 폭력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총기 사용이 금지되고 있지만 총기 휴대를 법적으로 인정한 국가들보다 흉악한 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가 성범죄 등으로 시름을 앓고 있자, 사형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영화 등의 영상매체를 통해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 이제 경찰에게는 중요한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민생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 입장에서 사람과 사람, 법과 사람 사이의 조정자 역할을 신중하게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주인공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을 찾아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피에타상 앞에서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며 기도를 올리는 장면으로 마무리 짓는다. 이 장면은 영화 ‘피에타’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긴다. 김기덕 감독의 굴곡진 삶과 집요한 작가주의 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최종학력이 중졸인 그는 청계천과 구로공단에서 공장노동자로 생활하면서 사회의 단면을 포착했고, ‘양들의 침묵’과 ‘퐁네프의 여인들’ 등의 영화를 보면서 영화도 독학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을 “열등감으로 먹고 자란 괴물”로 표현할 만큼 그의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상처보다 매우 커 보인다.

그의 영화 ‘피에타’는 인간 사회의 본질을 들춰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존재의 구원 가능성을 묻는 영화로 요약할 수 있겠다. 고독한 싸움 끝에서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 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상처까지 모두 치유하길 바란다. 앞으로도 그가 더 진지한 성찰과 사색을 묻는 영화를 내놓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포착하는 김 감독처럼, 우리 경찰도 사회 밑바탕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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