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유력하다는 대통령후보 3인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자신의 약점으로 치부되는 과거사를 정리하는가 하면, 제1야당 후보로서 민생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기존 후보들과 차별되는 참신성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도 눈에 들어온다. 이 모두가 3천만명의 민족대이동에 따라 대선가도의 초기승부를 결정할 추석을 앞두고 여론조성을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여론조성에서 진정성과 함께 파괴력을 자랑하는 것은 ‘입소문’이다. 지금은 다소 영향력이 감소됐지만, 여론조사 전성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는 택시기사들의 입소문이 각 선거캠프의 주요관심사였던 적도 있다. 그만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face to face) 나누는 대화는 천문학적 금액의 홍보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여론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니 3천만명이, 그것도 가족과 친척들이 나누는 정치평론과 후보평가는 후보지지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초기 선거판을 가름하고 특히 야권후보 단일화의 결정적 여론으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가족이나 일가친척들과 대통령선거와 관련 대화를 나눌 때 시작점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당연히 ‘누가 대통령이 되면 좋을까’하는 주제로 시작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누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좋을까’를 선택해야 한다. 어찌 보면 그 말이 그 말 같은 수사적 장난 같지만 그 의미와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기득권수호에 나선 정당과 보수언론, 그리고 각종 이익단체는 끊임없이 ‘누가’ 좋다는 식의 여론조성에 나설 것이 분명하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또 각자가 가진 영향력과 도구를 이용해 유권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최면을 걸고 있다.
국민은 정치인도 아니고, 서민들은 지킬만한 기득권도 없으며 알량한 지연, 학연을 외면하면 자유로운 정신을 갖게 된다. 그러면 우리가 선택해야 할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이러한 ‘자기주도적 대통령뽑기’를 위해서는 유권자도 간단하지만 조금은 성가신 작업을 해야 한다. 우선 어떠한 형태의 압력에서 해방돼 자발적 의사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주어지는 평가와 만들어진 이미지, 제공된 정보에서 벗어나 스스로 객관적 정보를 찾는 수고를 거쳐 스스로 후보에 대한 평가에 나서야 한다.
수동적이고 냉소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자율의 기틀을 깔고 ‘자기주도적 대통령뽑기’에 나서자.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