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여윈 가지 위에 올라야
집요하게 흔들릴까
얼마나 더
높은 가지 위에 올라야
집요하게 괴로울까
빽빽하게 들어선 침엽수 위로
어둠이
거대한 초콜릿바처럼
솟아올랐다
-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2012년/창비
‘단식 광대’(카프카)는 얼마든지 굶을 수 있었습니다. 단식 광대를 괴롭히는 것은 그가 단식하는 동안 일부러 감시를 느슨하게 하고는 분명 그가 무언가를 먹었다고 믿는 사람들, 그에게 어떤 비결이 있어서 그가 쉽게 단식한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그러니까 그의 순수한 단식을 끊임없이 불신하는 사람들과 어떻게든 왜곡되고 마는 진실이었습니다. 스스로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입증 불가능한 진실을 고요히 견딜 만한, 그리하여 그 어떤 악의와 빈정거림에도 끝내 분노하지 않을 굳건한 힘을 과연 우리는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까요. 번번이, 손쉬운 방향으로 욕망을 굴절시키고 적당한 선에서 일상과 타협합니다. 그러고는 자위합니다. 오늘 하루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고 살아냈다고. /이진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