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자신의 과거사 인식문제에 대한 입장을 새로 정리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5·16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등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어두운 역사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대선주자로서의 첫 공식 사과이며, 지난 10일 자신의 ‘인혁당 2개 판결’ 발언 논란으로 과거사 논쟁이 전면에 부상한 지 2주일 만이다.
그동안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박 후보가 기자회견을 자청, 유신·인혁당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하고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는 대선판 초반의 첫 승부처로 인식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박 후보는 과거사 이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프롬프터를 활용, 정치인이자 대선후보로서 과거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딸로서 부친에 대한 견해를 분리해 10분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며 “그런 점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하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며 “국민이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저도 대통령을 아버지로 두었기에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며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다”며 개인적 고뇌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