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에서 최고의 자리를 누렸던 고위 공직자들의 퇴직후 생활이 의심스럽다.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산하기관에 취업하는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규정을 개정해 이들의 관련업무 재취업을 제한하거나 퇴직 고위 공직자들이 퇴임후 행태에 대해서도 공직시절 직무와 관련된 업무의 연관성을 추적해야 할 지경에까지 왔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전관예우’에서 비롯된다.
국무총리실에서 2008년 이후 퇴직한 4급 이상 고위공무원 60명 중 81.7%인 49명이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완종 의원(선진통일당)이 5일 총리실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특히 지난해 퇴직자 8명 중 2명은 퇴직 당일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취업했고, 다른 퇴직자들도 삼일세무법인, 딜로이트코리아, 법무법인 태평양 등을 비롯해 유관기관·민간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민주통합당)은 5일 국토해양부에서 받은 ‘퇴직공무원 재취업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지난 8월까지 퇴직한 국토부 소속 4급 이상 공무원 178명 가운데 109명(61.2%)이 공사나 공단, 진흥원 등 국토부 산하기관에 재취업했다.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군인들의 방산 관련업체 재취업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청이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방사청에서 퇴직한 예비역 군인 28명 중 17명이 재취업을 했고 이 가운데 11명이 방산 관련업체에 입사했다. 나머지 6명도 대부분 공군항공력발전연구위원회와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국방 분야 연구기관에 취업했다. 한국은행이 7일 민주통합당 정성호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4년간 한은에서 퇴임한 고위(2급 이상) 임직원 14명 가운데 7명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대상 사(私)기업체’에 새 일자리를 얻었다. 이들의 새 직장은 한은의 업무와 직접 연관된 금융회사가 대부분이다.
정부기관에 근무하는 고위 공직자들은 국민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혜택과 권한을 누린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2년이 지날 때까지 퇴직 전 5년간 맡은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엔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취업할 경우 사전에 심사, 승인하도록 돼 있다.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