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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AI가 가르칠 수 없는 것들

 

최근 학교 현장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수업 시간에 특정 앱을 사용하면 AI가 학생의 학습 수준을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의 맞춤형 문제를 제시한다. 교사는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의 약점을 파악하고, 필요한 자료를 추가로 제시한다. AI가 만들어주는 학습 보고서는 정교하고, 학생 별 진단은 섬세하다. 예전에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일이 이제 몇 초 만에 가능해졌다. 교사로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감탄의 순간은 길지 않고 질문이 따라온다. 그렇다면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지? 교실에서 학습 관리와 평가, 피드백을 AI가 대신한다면, 교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기술의 도움은 분명 편리하지만, 편리함이 교사의 존재 이유를 희미하게 만들 때가 있다. 척척박사인 AI를 보고 있으면, 교사가 AI로 대체될 확률이 낮은 직업에 속하는 게 맞을까 싶다.

 

완벽해 보이는 AI는 뭘 못 할까.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 입력된 정보와 패턴 안에서 최선의 답을 찾아낸다. 교실은 데이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 아이가 숙제를 하지 않았을 때, 그 이유는 수십 가지일 수 있다.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친구 관계의 갈등이나 가정의 어려움, 자신감 부족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AI는 그 맥락을 모른다. 아이의 눈빛, 표정, 한숨 속에 담긴 사연을 읽어내는 일은 오직 교사만이 할 수 있다.

 

또, AI는 정답을 잘 찾지만, 함께의 가치를 가르치지는 못한다. 학생이 친구와 다투었을 때, 누가 잘못했는가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이끌어주는 건 교사의 몫이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알고리즘은 현실 세계의 도덕을 행동으로 가르칠 수 없고, 공감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없다.

 

무엇보다 AI는 실수하지 않는다. 반대로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느끼는 부끄러움, 다시 해보겠다는 결심, 용서를 구하는 마음은 인간만의 성장 방식이다. AI가 빠르게 정답을 알려주는 순간, 아이는 스스로 겪을 시행착오를 잃는다. 교육의 본질은 완벽한 정답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실수를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자라나는 과정에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식 전달자로서의 역할은 점차 기술에게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로 보인다. 하지만 교사는 여전히 사람됨을 가르칠 수 있다. AI는 학생의 학습 능력을 측정하지만, 교사는 그 아이가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지를 본다. 교사는 성적이 아니라 마음을 기록하고, 점수가 아닌 가능성을 본다.

 

AI가 할 수 없는 일, 그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다. 아이의 말 속에 숨은 두려움을 읽고, 실패를 감싸주며, 함께 웃는 일. 이 일은 어떤 알고리즘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교육은 결국 사람의 온기로 완성된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느리게 자란다. 교실이 느린 성장을 품을 수 있다면, AI 시대에도 교육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기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다만, 사람됨을 만드는 교사의 역할을 잃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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