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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도시 곳곳에서 詩를 읽게 하자

‘가을 크다. 가을은 올 시간보다 가버린 시간이 더 크다’ 이글은 고은 시인의 ‘회상’이라는 시 가운데 일부분이다. 지금 수원시청 정문 버스정류장 옆 담장에 가로 4.4m 세로 2m 크기의 판에 큼직한 글씨로 써 있다. 이 시가 있는 판은 이름해 ‘희망글판’이다.

수원시는 지난 8일 오전 염태영 시장, 노영관 시의회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원희망글판’ 제막행사를 가졌다. ‘뭐, 그저 시 한줄 써놓았구나’라고 지나치는 시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게 뭔가?’하며 유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그런 장면이 보기에 참 좋다.

이 ‘글판’은 ‘광화문글판’이 원조격이다. 20여년 전인 1991년 1월 교보생명 신용호 창립자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외환 위기 후 희망과 위안의 메시지를 담은 시 구절을 소개하기 시작해 시민들 마음 깊숙이 뿌리 내렸다.

시의성 있고 정감 어린 글귀로 우리 사회에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제 광화문글판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서울의 문화 아이콘으로 정착됐다.

교보생명은 이 글판을 현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외에도 강남 교보타워, 천안 연수원(계성원), 대전, 부산, 광주, 제주 등 7개 지역에 내걸고 있다. 수원시의 희망글판은 광화문글판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방이면 어떤가? 이런 시도는 많을수록 좋다. 자꾸 서울의 예를 들어서 뭣하지만 서울에서 시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은 지하철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시인은 물론이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작품을 쓰는 시인들의 시가 소개되고 있다.

아마추어인 시민들의 시도 소개된다. 전철을 기다리는 잠시 동안 읽을 수 있는 한편의 시가 주는 감동은 찌든 일상에 신선하고 잔잔한 정신의 향기를 선사한다. 이것이 시의 힘이다. 수원시가 시청 옆에 ‘희망글판’을 만든 이유도 시민들에게 여유와 감동,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다.

희망글판의 글귀는 10일부터 수원역 애경백화점 건물벽면에도 게시된단다. 이런 글판들을 수원시청과 수원역에만 만들 것이 아니라 경기도내 곳곳에 만들어보라고 제안한다.

시내 버스정류장 빈 공간에 시를 게시하는 방법도 있고 시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나 도심공원에 시가 새겨진 작은 팻말을 걸어두는 것도 좋다. 수원시의 예를 들자면 부식되지 않는 스테인레스판에 시를 써서 서호공원이나 만석공원 호수 주변에 세워두는 것이 어떤가? 큰돈 들지 않고 명소화시킬 수 있다. 도시의 새로운 명물로서 시민들의 호응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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