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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현장]지영환"황희 정승과 경찰 반부패 정책"

 

황희 정승은 소신과 관용의 리더십을 갖춘 조선의 최장수 재상 겸 청백리 표상으로, 지금까지 교과서·오피니언 칼럼 등에서 읊고 있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 세종 13년(1431) 4월 21일과 9월 8일, 황희의 뇌물 수수에 대한 세종의 발언과 사헌부의 보고서에 기록돼 전한다.

‘썩어서 못쓰게 된다’는 부패(腐敗) 어원은 라틴어로 ‘부수’는 행위(rumpere)’이며 ‘함께(cor)’ ‘파멸하다(rupt)’의 합성어다. 흔히 공무원들의 범죄행위를 지칭할 때 부정부패라는 단어를 쓴다. 사전적 의미의 부패란 단백질이나 유기물이 부패균에 의해 유독한 물질과 악취를 발생하게 되는 변화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물학적 당연한 변화를 공직의 부패와 연관시킴으로써 죄의식으로부터 멀어지려고 무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한중일 3국의 부패 통제는 미흡하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각국 공공부문의 청렴도를 평가해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는 전 세계 182개국 중 일본 14위, 중국 75위, 한국 43위이다. 또 미국의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3천177명의 중국 성인을 대상으로 벌여 공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50%는 공직자 부패가 큰 문제라고 답해 4년 전(39%)보다 비율이 높게 올라갔다.

한국 ‘경찰쇄신위원회’는 최근 경찰 부패의 방지와 치안 역량의 향상을 통해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반부패 분과’와 ‘생활안전 분과’로 나눠 각각 쇄신 권고안과 실행권고안을 경찰에 제시했다.

반부패 분야는 부패와 관련된 경찰관 및 민간인들의 신상과 비위사실 정보를 공개하는 등 다각도의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 ‘부패 카르텔’을 끊기 위해 위원회가 제시한 다방면의 실행과제를 이행할 것을 권고한다. 불법풍속영업 업주와 단속 경찰관의 부패 고리도 카르텔로 규정해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도입하고 있는 자진신고자 감면(Leniency Program)제도처럼 단속경찰관과의 유착을 자진 신고하는 업주는 처벌을 감면하는 제도를 도입하도록 제안한다. 또한 부패 취약부서에 여성 경찰관 배치를 확대하도록 권고한다. 이와 함께 경찰 청렴도 평가를 시행하고 부패 경찰관에 대해‘One Strike Out’제도를 도입해 부패에는 무관용 원칙을 엄정하게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치안역량 제고 분야는 사회약자와 취약지역에 대한 강력한 치안정책을 수립해 ‘치안양극화’를 해소할 것을 권고한다. 우리 위원회는 최근 일련의 강력범죄들이 특히 여성·어린이·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집중되고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이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치안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양극화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며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중대한 사태라는 점에서 치안양극화 현상은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 따라서 효율적인 치안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 등 지역공동체와 협력하는 ‘협력치안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권고한다. 영국의 경우 ‘범죄와 무질서법(Crime and Disorder Act)’을 통해 범죄로부터의 안전 확보가 경찰만의 책무가 아니라 각 지역공동체와 함께 대처해야 하는 의무사항임을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법질서를 해치는 모든 상황에 ‘단호한 법집행’을 할 것을 권고한다. 수원 오원춘 사건과 같은 위급상황에서는 시민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경찰의 가택 출입과 수색 등을 통해 귀중한 인명을 구하는 등 국민안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공적임무의 실현을 위해 경찰의 보다 적극적인 개선의지 표명과 역할 수행을 주문했다.

황희 정승은 직예문 춘추관을 비롯해 사헌부 감찰 및 형조·예조·병조·이조·정랑 등을 역임했다. 뿐만 아니라 언관직인 우사관대부 이외에도 지신사, 즉 오늘날의 대통령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관직을 두루 거쳤다. 황희 정승이 태종과 세종의 특별대우를 받으며 24년 간 재상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배려와 관용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백리인가? 황금대사헌인가? 대대로 역사가 해석해 줄 것이다.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한국 경찰은 신뢰에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