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대인관계에서 유독 감정에 민감하다고 한다. 그런데 감정을 폭발시키는 발화점은 뭐니 뭐니 해도 막말이다.
금슬이 좋아보이던 부부간에도 막말이 오가면 몸싸움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이혼으로 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막말이 어디 부부만의 문제이던가.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사에서 막말은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범임에 분명하다.
특히 정치권의 막말은 이해관계가 깔려있어 갈고 닦은 내공으로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문구를 동원해 언어살인을 서슴지 않는다. 과거 국회의 대정부질의나 국정감사 현장에서 여야의원 간 감정이 고조되면 ‘야, 이XX야’ ‘저질’ ‘쓰레기’ 등의 원색적 막말이 동원됐다. 나아가 상대 의원의 약점이나 상대정당 대표를 빗댄 교언(巧言)으로 막말을 이어가 멱살잡이는 물론 몸싸움까지 벌이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대선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치권의 막말이 화제로 부상하고 있다.
여당의 대선캠프에 영입된 후 튀는 언행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여성CEO는 사진을 찍던 젊은 당직자들에게 “나 영계를 좋아하는데, 가까이 와서 찍어요”라는 발언으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이 여성CEO는 이에 앞서 육아문제를 언급하며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일을 못한다는데, 나는 애 젖 먹이면서 주방에 앉아 웰빙쿠키를 만들었다”고 질타해 전업주부들의 비난을 샀다. 주부들은 이 여성CEO를 향해 “성공과정에서 본인도 사업이 어려울 때 재벌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어려운 주부들의 현실을 매도한다”며 맹비난했다.
반면 야당의 젊은 국회의원은 대통령을 향해 ‘명박급사(急死)’라는 SNS문자를 재전송해 문제를 일으켰다. 본인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받은 문자를 재전송한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어찌됐든 현직 국가원수를 향해 ‘급사’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정치인의 자질을 그대로 노정한 것으로 치부된다. 이는 국회의원의 품위는 물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진 이 젊은 의원은 과거 “여자친구 생기면 엄마가 시내에 아파트를 사준대요. 아파트 얻을 때까지 누가 여자친구 안 해줄래요?”라는 미니홈피의 글이 공개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선정국에서 정치권의 막말은 이제 개막에 불과하다. 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막바지로 다가갈수록 막말과 폭로라는 이름의 저질정치가 횡행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제멋대로 막가면 차선을 벗어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