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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나오지 못한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80세를 넘긴 노모(老母)가 심각한 치매라는 소식이다. 치매만 찾아온 것이 아니라 소화기계통에 병변이 있어 늘 긴장하고 지낸다고 한다. 지난여름에는 온가족이 제주도로 ‘이별여행’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이어 노모가 고관절 골절로 입원했는데 의사들과 상의 끝에 위험해도 수술을 강행했다. 다행히 수술경과도 좋고 의식을 회복해 귀가했는데, 들어서자마자 병원의 호출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병실은 한바탕 소동이 지난 흔적이 역력했는데, 간호사를 통해 마취에서 깨어난 노모가 대소변이 묻은 기저귀를 사방에 던지는 소동을 일으켰음을 알았단다.

요즘 영화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1천만 관객을 자랑하는 흥행영화도 있지만 수면아래 있던 치매를 정면으로 응시한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 44년간 해로한 부부에게 치매가 찾아오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가 대표적이다. 남편 그랜트는 치매가 심해진 부인 피오나가 치매병원에 입원하자 병원규칙에 따라 한 달 후 병원을 찾았으나 충격에 빠진다. 증세가 더욱 심해진 피오나가 자신은 알아보지 못하고 입원환자와 또 다른 사랑에 빠진 것이다. 가장 가슴을 저미면서도 진정한 사랑은 저런 것인가 하는 장면은, 사랑한 남자가 떠나자 괴로워하는 피오나를 위해 그랜트가 그들의 사랑을 이어주려 결심하는 것이다.

불행은 영화 속에만 있지 않다. 지난 19일 서울에서는 78세의 할아버지가 치매인 74세 부인을 2년간 지극정성으로 돌보다가 부인을 목 졸라 살해한 후 자신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할아버지는 부인의 목을 조르며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라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인생에서 어찌 무섭지 않은 병이 있을까마는 치매는 정말로 두렵다.

가정에서 치매는 가족을 해체하는 무서운 가정파괴범이다. 곧바로 죽음으로 연결되는 치명성은 없을지 모르나 자신의 기억을 상실한다는 두려움은 어찌 보면 죽음보다도 더하다. 특히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들과 수많은 세월을 통해 나이테처럼 만들어진 ‘추억’을 상실한다는 것은 인생을 몽땅 잃어버리는 허무일 것이다.

소풍 온 것처럼 살다가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은 관계로 시작해서 그 관계의 기억으로 마침표를 찍는 것일지 모른다.

‘인생 100세 시대’의 축복이 열렸다고 흥분하지만 수명연장만이 행복은 아니다. 국가도 개인도 ‘인간다운 삶’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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