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생환은 국민에게 큰 감동을 가져다 줬다. 석 선장의 주변에 영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석 선장을 죽음의 기로에서 국민에게 돌려보낸 주인공은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 이국종 교수팀이다. 이 교수의 치료과정은 국내 중증 외상 의료환경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이 교수의 인터뷰 내용이 전해지면서 국내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 “전문의 3명, 간호사 2명이 24시간 중증외상환자를 지킵니다. 한계상황입니다. 정부는 권역별 중증외상센터를 만들겠다고 10년간 탁상행정만 했었죠.” 이 교수를 통해 국내 중증외상치료와 관련한 전문센터의 부족한 의료체계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경기도는 정부지원을 목 놓아 기다리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이 이렇지만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은 중증외상환자 더 살리기 프로젝트인 일명 ‘석해균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석 선장 치료 이후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에는 하루 5명의 중증환자를 치료했고 통상 3교대 근무하는 간호사도 2명만 배치돼 쉴 틈이 없었다.
이 같은 움직임에 힘입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전국에 지역별로 16개 중증외상센터를 2016년까지 세우는 방안을 발표했다. 매년 400억 원씩 2천억 원을 집중 투자해 650개(1개 센터당 40~50개)의 전용 병상을 마련, 연간 2만 명의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국내 중증외상센터의 새 길을 열었다고 자부하던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은 지금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가 권역별 중증외상센터를 발표했는데 아주대병원과 의정부성모병원 등 경기도내 병원이 모두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경기도의 노력에도 아주대가 제외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심사위원 명단과 평가결과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이 제한된 장비와 인력이지만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려고 최대한 노력했고 한국 중증외상환자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생각한다”며 “보건복지부가 탈락시킨 것을 굉장히 슬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조치로 경기도에서 발생하는 긴급을 요하는 연간 600명 이상의 중증외상 환자의 생명을 살려낼 수 없을 수도 있게 됐다. 이 모든 책임 보건복지부가 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