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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불량 싸이, 훈장받다

파리시민 2만 명이 에펠탑 앞에서 싸이(Psy)를 따라 말춤을 추며 열광한 날, 싸이가 문화훈장 옥관훈장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 하나로 단군 이래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 된 싸이다. ‘강남스타일’은 발표 4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에서 연속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인이 공유하는 유튜브에서는 조회수 6억 건을 간단히 돌파했다. 또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미국과 호주의 정상급 TV프로그램에서 ‘강남스타일’의 흥겨운 음악에 말춤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KOREA’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지구촌의 현실로 미루어 한국 문화와 한국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심은 싸이에게 문화훈장을 주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이나 SNS에서는 반짝하다가 끝날 수도 있는 30대의 젊은 가수에게 대중문화예술분야 최고 영예인 문화훈장 옥관훈장을 수여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평생을 영화나 가요에 헌신한 원로들과 같은 단상에 올리는 것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싸이의 불량한 과거를 미루어 그가 훈장까지 받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사실 본명이 박재상(35)인 싸이의 과거는 불량했다. 2001년에는 대마초사범으로 적발돼 상당기간 방송이 금지됐다. 또 2003년부터 병역특례요원으로 병역을 대체했으나 복무기간동안 각종 연예활동 등이 병역법 위반으로 판정돼 군대에 재입대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싸이는 미국의 첫 메이저방송 출연에서 “내가 이런 고마운 시간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건 한국 국민들이 날 여러 차례 용서해 줬기 때문”이라며 몸을 낮췄다. 소위 떴음에도 불구하고 약속된 대학가 공연은 출연료 인상 없이 거의 소화했고, 무료위문공연과 출연료 기부 등의 선행을 베풀고 있다.

하지만 싸이는 기본적으로 ‘B급 문화’의 대변자다. 과거 발표했던 노래들이 대부분 품격과는 거리가 먼 가사로 가득하고, 19금 판정을 받아 공중파를 타지 못한 경우도 여럿이다. 지금은 싸이가 겸손해 하지만 과거의 그의 행적을 미루어 앞으로도 모범시민으로 살 것으로 장담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런 싸이이기에 훈장은 값지고 교훈이 될 수 있다. 승자독식 혹은 상위 1%가 모든 것을 향유하는 우리사회에서 싸이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 특이한 경우다. B급 인생들은 주류가 될 기회나 희망이 없어 보이는 우리 상황에서 싸이는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싸이는 패자부활의 훌륭한 전형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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