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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의 아버지는 종이 아니었다"

"머시 애비가 종이여? 정주네 집이 이 동네서는 주호(主戶.제일 부자)였어. 다들 배고파서 죽는 세상인디 이 집이는 노작가리 놓고 살았어. 마름 하나에 일꾼 둘을 들여놓았으니까 머슴이 셋인 셈이제"
이성복의 '남해금산', 서정주의 '질마재 마을', 신동엽의 '금강', 윤이상의 '충무'.. 곽재구 시인이 예인(藝人)들의 발자취를 더듬은 흔적인「곽재구의 예술기행」(열림원 刊)을 냈다.
곽씨가 서정주 시인(미당)의 고향인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이른바 질마재 마을의 생가를 찾아 미당의 친사촌 형수인 이민숙 할머니(85)를 만났다. 미당의 이야기를 묻자 할머니는 "미당의 애비는 종이 아니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양반이 영리하기는 영리했제. 일곱 살에 한문 서당에 다녔는데 언문 글자를 종이 앞뒷장에 적어주었더니만 아직 나절 뒤깐에 가 앉아 있더니 다 깨우쳐 나왔다 하더구먼.."
곽씨는 미당 친사촌 형수와의 만남에서 큰 의문을 해결했다. 그것은 미당의 부친이 종이 아니라는 것. 문단에서는 한때 미당의 부친이 인촌 김성수의 집 마름 노 릇을 했다는 소문이 있는 등 논란이 없지 않았다.
그 논란의 단초는 미당의 유명한 시 '자화상' 때문이었는데, 자화상에서 미당은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기퍼도 오지 않았다..." 라고 읊었다.
'자화상'을 읽었던 많은 이들이 "애비는 종"이라는 미당 자신의 진술에 적어도 한번쯤은 궁금증을 가졌다.
문단 안팎에서는 대체로 이것을 일체의 권위를 부정함으로써 문학의 출발을 선언한 '도저한 자기부정의 언어'를 드러내주는 상징으로 보았다.
아무튼 곽씨는 '현장취재'를 통해 미당의 부친이 문자 그대로 '종'은 아니었음을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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