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예방정비 중이던 영광 3호기의 원자로 제어봉 안내관에 대해 비파괴검사를 한 결과, 미세한 금이 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어봉은 우라늄의 연쇄반응을 조절하는 장치고, 안내관은 제어봉이 원자로 노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배관으로 원전의 핵심부품이라고 한다. 가짜서류로 납품된 수천 개의 부품이 사용된 영광 5·6호기가 부품교체를 위해 가동 중단된 상태에서 영광 3호도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한수원은 이달 23일까지 예정했던 영광 3호기 예방정비를 안내관 보수를 위해 연말까지 연장할 계획이어서 겨울철 전력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원전이 1978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 이후 제어봉 안내관에 균열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금이 간 6개의 안내관 가운데 균열이 큰 것은 깊이가 1㎝를 넘고 길이도 6㎝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돼 미세한 정도를 넘어선다는 지적이다. 심각한 문제는 제어봉 안내관이 원전의 핵심시설인 원자로의 헤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는 원전이 안내관 파열상태로 가동되면 고온·고압의 물이 관 안으로 유입돼 제어봉 삽입이 어려워지고 핵분열을 중단시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이렇게 되면 방사능 수증기를 방출시키거나 온도상승에 따른 원자로 폭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젠 원전 핵심부품에도 중대결함이 나오고 있는 만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근본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
영광 5·6호기가 엉터리 부품 교체로 연말까지 발전이 정지된 상태에서 영광 3호기마저 예방정비가 한 달 이상 늦어져 겨울철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내년 1~2월 전력공급 최대능력은 8천200만KW인 반면 수요는 8천만KW다. 게다가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 만료가 10여 일밖에 남지 않아 연장운영이 불투명하다. 영광 3호기는 균열상태가 심각하면 원자로 상단을 통째로 교체해야 돼 정비기간이 훨씬 길어질 수 있다. 대정전사태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일단 부품교체 중인 원전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연내에 가동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지난 여름과 같은 대대적인 절전운동이 포함된 전력 비상수급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강력히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산업용을 비롯한 전기요금 현실화로 기름보다 가격이 싼 전기를 선호하는 전환수요를 줄여야 한다. 허술한 전력수급 대책과 부실한 원전관리로 혼란을 키워온 전력당국과 한수원의 뼈를 깎는 반성과 책임은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