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를 끝마친 들녘을 보고 있자니 올 한해 농사로 힘들었던 일과 즐거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내가 살고 있는 양평군 지평면 대평리에는 대평저수지가 있다. 이 저수지는 지난 50여 년 동안 하류지역 150여 정보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어 우리 마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자원이라고 하겠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기존의 제방을 3m 높이는 대평저수지 둑높이기사업에 착수해 올 12월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 덕택에 올 여름 가뭄으로 농사짓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우려했을 물 걱정을 우리 마을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인양 느껴보지 못했다.
저수지 둑높이기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마을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설왕설래한 게 사실이다. 나 자신조차도 우리 마을에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의구심도 가져 보았지만 올 여름 농사를 지면서 사업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농한기인 요즘은 동네분들과 내고향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내고향지킴이 발대식이 있었으니 지난달로 1년이 넘었다. 내고향지킴이는 분기별로 지역총회와 농번기를 제외하고 한 달에 한 번 저수지 주변 환경정화 행사를 하고 있다. 나를 위하고 우리 마을을 위하는 일이니 조금은 번거로울 수 있지만 내고향지킴이로서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양평·광주·서울지사에 마련돼 있는 내고향지킴이 사랑방을 찾아 지킴이 카페 가입방법도 배우고 전국에 있는 지킴이들과 소통도 하며 세상사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이외에도 수시로 저수지를 찾아 시설물에 대한 모니터링도 하며 내년 농사를 대비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평저수지 둑높이기사업과 연계해 지역주민에게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평저수지 주변에는 수변관찰데크, 피크닉장, 생태정화식물섬과 같은 수변시설이 설치돼 있어 있어 이렇게 좋은 시설에 주민을 위한 소득까지 창출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내년에도 내고향지킴이의 일원으로 농업정책 및 농업기반시설물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환경보전 및 감시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을 이번 기회에 다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