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빼빼로데이(Day)’로 초콜릿 막대과자를 먹는 날이라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1’이 4번 겹치는 11월11일이 ‘빼빼로데이’라며 친구나 연인들이 서로에게 빼빼로라는 초콜릿 막대과자를 선물하는 날로 굳어졌다. 부산의 중학생들이 “막대과자처럼 날씬하라”며 선물을 주던 것이 시초라고 하는데 확인할 방법은 없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 과자를 많이 받는 것이 인기의 척도처럼 여겨진다. 40~50대의 중년들도 과자의 사진을 찍어 휴대전화로 주고받는 것을 보면 그만큼 보편화됐다는 이야기리라. 그런데 뉴스를 통해 접하는 막대과자의 값이 장난이 아니다. 연인용 선물세트는 보통 5만 원을 전후하고 심지어 10만 원이 넘는 제품이 팔린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원래 11월11일을 선점한 것은 ‘농업인의 날’이었다. 1964년 제정되고 1996년 당당히 국가기념일이 됐지만 일부 단체와 농민들의 잔치로 퇴락했다. 오죽하면 농민단체와 관련 기관들이 ‘빼빼로데이’에 대항하기 위해 ‘가라떡데이’를 만들었을까. ‘1’이 가래떡과 형상이 같은 점에서 착안, 농업인들의 애환도 나누고 가뜩이나 줄어든 쌀소비도 촉진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빼빼로’ 앞에서는 역부족이다.
‘빼빼로데이’에 밀린 기념일은 또 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제정한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11월11일처럼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직립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2001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지체장애인들의 아픔과 자립을 위한 이 날을 기억하는 이들은 정말로 많지 않다.
여기서 특정기업의 제품을 폄하하고 불매운동을 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빼빼로데이’에 편승한 상술이 기이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어 걱정이다.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지갑을 털고, 포도주, 인형 등이 포함되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또 전후로 검증되지 않은 유사제품이 거리를 판치고 있어 소비자의 건강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미 우리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빼빼로데이’를 없앨 수도 없고, 없애자고 나서는 것도 우습다.
하지만 막대과자 가격 3만 원이면 10kg 상당의 맛좋은 쌀을 구입할 수 있어 깊게 파인 농민들의 주름을 줄일 수 있음을 알고는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연인에게 줄 5만 원의 막대과자를 아끼면 보행이 어려운 지체장애인이 1개월간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기도 하다.
고루하게 들릴지 모르나 농민들의 노고가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임을 알아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