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8월 3일, 출항을 앞둔 콜럼버스의 가슴은 요동쳤을 것이다. 당시 그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서쪽 항로를 이용해 인도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는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다보면 엄청난 부(富)를 가져다줄 향료와 금의 본고장인 인도에 도착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배를 타고 한참을 가다보면 낭떠러지가 나와서 세상의 끝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세계관을 가졌던 시절이다. 따라서 입증되지 않은 서쪽 항로는 신천지를 여는 것이자 목숨을 건 모험의 출항이었다. 선원들도 세상 끝으로 간다는 불안감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후원자인 카스티야의 이사벨 여왕이 범죄자들의 죄를 사면해 선원으로 충당할 정도였다.
콜럼버스는 배 3척을 이끌고 항해를 시작한 지 2개월이 조금 지난 10월 12일, 바하마제도에 도달했다. 육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이를 구세주의 섬, 곧 산살바도르(San salvador)라고 이름 지었다. 이후 쿠바와 아이티 등을 탐험하고 귀국한 콜럼버스는 약속대로 여왕으로부터 신세계의 부왕(副王)으로 임명됐다. 꿈과 용기는 있었지만 재산도 지위도 없던 콜럼버스는 첫 항해를 해군제독의 지위로 출발하더니 돌아와서는 부왕으로 벼락출세했다.
특히 유럽인들은 콜럼버스의 성공소식에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했고, 앞 다퉈 미지의 세계 혹은 미지의 항로를 따라 꿈의 세계로 나아갔다.
선거와 굵직한 현안에 집중하느라 그렇지 최근 외신에는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너무도 흡사한 행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빛의 속도로 42년을 달려야 하지만 물과 온도가 지구와 너무 똑같아 지구와 비슷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부언이다.
‘HD 40307g’라는 딱딱한 숫자로 표기되는 이 행성은 15세기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생각했던 것처럼 불가능해 보이나 태양계를 벗어난 행성 치고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존재한다. 현재는 광년(光年)이라는 단위가 불가능을 의미하지만 언젠가는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 같은 탐험선으로 우주로, 우주로 향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인구 급증과 자원고갈, 공해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지구인들에게 ‘지구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행성의 존재는 아메리카대륙 발견 이상으로 인류사를 뒤바꿀 일대 사건이다.
우주에 존재할 멋진 신세계는 우리의 종교나 인생관, 철학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류의 평화와 새로운 번영의 기회, 아니면 인류공생의 교훈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