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또 늦어지면서 대선 이후는 물론, 자칫 연내 처리도 장담할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가 새해 예산안을 심의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오는 22일로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의결이 물 건너가는 모양새다.
국회 예결특위는 애초 지난 12일부터 계수조정소위를 가동, 예산안 증액·삭감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15일 현재까지 계수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전체 예결위원 50명 중에서 정당별 의석수를 감안, 12∼15명 규모로 구성되는 계수소위는 예산심의의 ‘관문’ 역할을 하면서 여야가 1석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기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선진통일당과 합당, 무소속 예결위원인 김한표 의원의 입당 등으로 자당 예결위원이 27명으로 늘어났다는 점을 내세워 계수소위를 ‘7명(새누리당):5명(민주당)’으로 구성하자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안성) 의원은 “새누리당 예결위원이 27명으로 전체 예결위원 50명의 과반에 이르기 때문에 계수소위 구성도 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8월 결산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수소위도 ‘7명(새누리당):6명(민주당)’으로 구성하기로 사실상 여야간에 공감대가 이뤄졌다면서 이후 진행된 합당·입당 등을 근거로 의석수를 늘려 달라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남양주갑) 의원은 “선진당과의 합당 같은 정치적 변화가 있으면 예결위의 전체 의석수를 조정해야 한다”면서 “그런 과정없이 새누리당측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교섭몫 한 자리도 논란거리다. 현재 비교섭 예결위원인 진보당 김선동·이상규 의원을 계수소위에 포함시킬지가 관건이다.
새누리당은 김·이 의원이 ‘종북세력’으로 비판받은 진보당 구당권파 소속인 만큼 국가기밀과 안보 관련 예산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계수소위에 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결위와는 별도로 행정안전위(투표시간 연장), 환경노동위(방송파업 청문회) 등 상당수 상임위도 주요 쟁점에 대한 여야 갈등으로 파행하면서 소관부처 예산심의가 보류된 상태다.
여야 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산심사의 파행은 장기화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장 계수소위 작업에만 최소 6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서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 처리시한(11월22일)’을 맞추기는 어렵게 됐다.
이 경우 대선후보 등록(25∼26일), 공식 선거운동(27일 시작) 등 대선 일정과 맞물려 사실상 예산안 심사는 내달 19일 대선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때에도 비슷한 이유로 국회 예산안 심사가 파행을 거듭하다 결국 대선 이후에 예산안이 늑장 처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