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제정된 ‘지방의원 행동강령’은 15개 금지행동을 규정한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직위를 이용한 인사 청탁과 이권개입을 금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6월 전국 16개 광역시·도의회 의장들이 지방의원 비리 차단을 위해 제정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국민들은 이 같은 행태를 이해하지 못한다.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심심치 않게 제기되지만 지방의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의 선심성 예산집행과 각종 불필요한 사업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지방의회가 거꾸로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의회 청사를 건립하라고 지방정부에 으름장을 놓고 있다. 수원시의회 이야기다. 수원시의회는 ‘전국에서 가장 큰 기초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의회청사 없이 의정활동을 펼쳐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문병근 의원(권선1·2, 곡선동)은 22일 개회된 제294회 시의회 임시회 2차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12월 12일 열리는 2차 본회의 시정 질문에 염태영 수원시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시청 옆 주차장 부지의 의회청사건립계획에 대한 수원시의 답변을 듣기 위한 것이다.
시의원들의 주장은 팔달구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주차장부지(시유지 1만2천600㎡)의 연간 운영 수입(주차장, 견인보관소)이 2억2천여만 원에 그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시의회청사를 건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수원시는 114만 명이 거주하는 가장 큰 전국 기초지자체지만 별도의 의회청사가 없다. 따라서 건립의 필요성은 있다. 문병근 의원은 지난해에도 수원시에 대책마련을 요구했고, 수원시도 농촌진흥청 등 공공기관 종전부지 활용방안 용역과 맞물려 시청 옆 주차장부지에 대한 활용계획을 검토해 왔다. 들리는 바로는 이 부지에 쇼핑센터와 오피스텔, 의회청사 등 총 수천억 원대 규모의 시설건립을 검토 중이란다.
하지만 시의회 청사 건립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현재 시의회는 시청 본관 건물 3층과 4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의정활동을 못할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1년에 100일을 초과할 수 없는 의회를 위한 새 건물을 짓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비판한다. 그보다는 시민을 위해 시급한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사실 수원시에는 도시 기반시설 확충 등 시급한 현안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의원들은 수원시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므로 신중하게 생각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