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옷과 내복이 필요한 계절, 어느덧 겨울이 왔다. 다른 해보다도 일찍 찾아온 첫눈과 계속되는 영하권 추위, 동장군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겨울 한파가 극심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너도나도 한창인 월동준비 속, 농업인들의 마음도 누구보다 바쁘다. 엄동설한에도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려면 비닐하우스, 축사 등 농업용 시설 관리에 부지런을 떨어야하기 때문이다. 한데 이런 농업용 시설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선 실내 온도를 높여줘야 하고, 일반 건축물과는 달리 에너지 소비가 많아 난방비 걱정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특히 에너지를 더 필요로 하는 시설원예는 더욱 그렇다. 시설원예작물을 재배하는 우리나라 온실면적은 5만2천393ha다. 이 중 31%가 가온해 작물을 생산한다. 시설원예에 사용되는 난방연료의 90% 이상이 유류를 사용, 연간 약 125만㎘의 면세 유류가 시설원예 난방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1조2천800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돈이다.
이처럼 유류 의존도가 높다보니 우리 농업은 국제 유가 변동에 민감하고, 경영비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매우 크다. 심지어 리비아 등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정세 불안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농업용 면세 유류 가격은 20~30% 올랐다. 농산물 생산비의 30~50%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비용을 줄이지 않고는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힘든 실정이다. 하지만 치솟는 기름값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농업분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로 땅 속의 열을 이용해 기존의 온풍난방기에 비해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지열냉난방시스템을 개발하는가 하면 지하공기, 화력발전소의 폐열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열원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 기술 연구로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를 연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농업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이었다면 절약과 효율적 에너지 사용으로 에너지 제로 농업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낭비되는 에너지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점검해 봐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입동을 앞두고 겨울준비를 하면서 제일 먼저 문풍지 바르는 일을 했다. 온실도 마찬가지다. 비닐하우스에 쓰이는 에너지 소비실태를 알아봤더니 공급되는 총 에너지의 20~30%가 피복재와 틈새, 출입문 등을 통해 손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틈 새로 내부의 따뜻한 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간다면 아무리 좋은 난방기도 소용없다.
온풍난방기의 배기열이나 농업시설을 환기할 때 버리는 열을 회수하거나 수막재배 시 버려지는 열을 재사용하는 것도 절약의 한 방법이다. 열 회수형 환기장치를 버섯 재배에 적용하면 환기로 버려지는 열의 70%를 회수할 수 있으며, 이는 겨울철 난방비를 50%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아울러 농축산부산물의 에너지화를 위한 연구에도 더욱 매진해야 한다. 가축분뇨를 이용한 미생물 연료전지, 동물성 바이오연료를 적용한 농기계 기술, 왕겨를 태워 곡물을 건조하는 기술 등 연구 추진에 힘을 실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겨울이 오기 전 꼼꼼한 사전관리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1년에 한 번, 난방기 청소만 잘 해도 기름값을 10% 이상 줄일 수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에너지 절약을 ‘제5의 에너지’로 규정했다. 그만큼 에너지를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새로운 것도 좋지만 쓸모없다 버려뒀던 것, 별 생각 없이 행동했던 작은 실천 하나로 농촌과 농업인들이 따뜻하고 든든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