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22일,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형법 일부개정안 및 아동·여성대상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성폭력특위)에서 심사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5개 법률 개정안을 모두 가결했다.
친고죄(親告罪)는 피해를 당한 사람의 고소가 있어야만 검찰이나 법원이 죄를 판단할 수 있다. 고소 전에는 개입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고소가 취하되면 검사는 기소할 수 없다. 기소됐더라도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 성폭력범죄 중에서 강간, 강제추행 등 상당수 범죄가 ‘친고죄’이다. 친고죄는 그동안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개인 간의 문제’라는 사회적 편견을 만들었다.
즉 친고죄로 인해 ‘성폭력은 개인 간의 합의로 해결될 수 있는 사적인 문제’라는 그릇된 인식이 생긴 것이다. 또한 친고죄 조항으로 인해 그동안 성폭력피해자들은 가해자 처벌의 책임과 부담까지 피해자 개인이 떠맡아야 했다. 성폭력피해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명분의 친고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성범죄자 처벌과 이를 통한 재범 방지는 국가 형사사법시스템의 당연한 역할이자 의무이다. 성폭력피해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지난 19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장애여성공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이 낸 ‘형법 및 성폭력처벌에관한특례법상 친고죄… 논평’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대변한다. “친고죄 조항은 성폭력피해자의 고소 결정에 관한 중압감, 가해자 측의 끈질긴 합의 요구, 수사재판기관의 고소 취하를 염두에 둔 소극적 수사, 고소기간 제한으로 인한 피해자의 갈등과 같은 문제들을 만들어왔다.” 여성단체들은 이러한 2차 피해는 수많은 성폭력피해자들에게 사건 해결 과정에서 더 큰 상처를 입히거나 고소를 포기하도록 하는 주요 요인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 5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성폭력범죄는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거나,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또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죄를 저지른 자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수입·수출한 자에게도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정형을 강화했다. 국민들은 이번 법률개정안 국회통과를 환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성평등 교육과 함께 성폭력피해자들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은 계속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