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도청 대회의실에서는 다소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노숙인 저축왕’ 시상식이 그것이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11명의 노숙인들이 김문수 지사로부터 상을 받았다. 노숙인과 저축왕? 잘 연결이 안 되는 이미지다. 늘 술에 취해 길가에 쓰러져 있는 모습, 아무에게나 손을 내밀며 구걸하거나 무료급식소에 길게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노숙인의 이미지였다. 한마디로 미래를 포기한 채 하루하루를 이어나가는 군상들이라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 시상식에 나타난 이들은 이런 우리들의 편견을 깬 것이다.
이날 노숙인 저축왕 중에는 정모씨가 있었다. 그는 노숙인 자활사업에 참여하면서 2년 8개월 동안 1천500만 원을 저금해 ‘경기도 노숙인 리스타트 저축왕’에 선정됐다. 그는 경기도내 7개 노숙인 리스타트(자활)사업단에 자활 근로로 참여하는 노숙인 가운데 1천500만 원이나 되는 가장 많은 저축액수를 기록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노숙인 참여자 10여 명과 함께 재활용사업단에서 폐자원을 선별 및 가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정씨는 여기서 월평균 80여만 원을 받는단다. 그는 2년 8개월째 일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모은 돈이 1천500여만 원이나 된다. 그렇다면 80만 원 중에 보통 50만 원 정도를 저축해왔다는 것이다. 참 대단한 의지다.
그는 원래 택시회사에서 일했지만 부친의 병원비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병환이 더욱 심해지자 택시회사를 그만두고 부친을 간병했으나 부친 사망 후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서 가족이 흩어지고 사기까지 당해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노숙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 정씨를 다시 세워준 것은 2010년 3월 수원 다시서기지원센터를 통해 알게 된 리스타트사업이었다. 쉼터 입소 후 수원리스타트사업단에서 성실히 근무하고 있는데 내년 봄, 리스타트사업 3년간의 참여기간을 마치고, 용접 기술자로 취업준비 중이다.
그의 꿈은 저축한 돈으로 작은 전셋집이라도 얻고, 헤어진 동생과 만나 화목한 가정도 꾸리고 싶다는 것이다. 노숙인 리스타트사업은 거리노숙인 가운데 도내 지자체 쉼터 장기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사업이다. 현재 수원과 성남, 안양 등 3곳에 자활사업단이 있으며 72명의 노숙인 자활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바라는 것은 보다 많은 노숙인들이 정씨처럼 희망을 버리지 말고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해 새로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국가도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지자체의 노숙인 자활대책을 지원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