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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죽일놈의 특종

기자(記者)라는 직업은 늘 특종에 시달린다. 직업의 생래적 특장이 ‘남들이 모르는, 경악할만한,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근래 들어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전쟁이 심화되면서 특종을 향한 기자들의 혈투는 전쟁에 버금간다. 여기에 ‘프리랜서 기자’라고 하면 대부분이 그날그날의 성과에 따라 삶의 영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으니 정도는 더하다.

과거 우리 언론사에도 자신의 집이 불타는 장면을 객관적으로 기사화한 신화적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도 인명피해는 없었고, 소방관들이 투입돼 진화작업 중인 현장에 늦게 도착한 기자의 보도였다. 또 사정(司正) 관계자들이 자신의 친인척을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갖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특종을 보도한 이야기는 기자들 술자리의 기본안주다.

하지만 최근 미국 뉴욕의 지하철에서의 특종사진은 기자이기에 앞서 인간의 자격에 의문을 갖게 한다. 현지시간 3일 뉴욕 맨해튼의 지하철역에서 한국인 남성 한기석(58)씨가 30대 흑인청년에게 떠밀려 선로로 추락, 전동차에 치여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다음 날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는 ‘뉴욕포스트’ 1면에는 사망 직전인 한씨가 두 손을 뻗어 플랫폼을 잡은 채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전동차를 바라보는 장면의 사진이 전면을 장식했다. 그것도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이 남성은 곧 죽는다’는 선정적 제목과 함께였다.

마침 현장에 있었음을 주장하는 뉴욕포스트의 프리랜서기자가 찍었다는 이 장면은 “사진 찍을 시간에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없었나” 하는 기본적 의문을 자아낸다. 사진 찍을 시간이 10~15초 정도여서 떨어진 한씨를 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는 게 현지 언론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론지 뉴욕타임지는 ‘지하철 사망사건 그 후 그 자리에 영웅은 없었나?’라는 점잖은 제목의 기사에서 “뉴욕포스트의 오늘 사진은 너무나 생생하지만, 사진을 찍은 기자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피해자를 먼저 구했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물론 사진을 찍은 프리랜서기자는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기관사에게 경고하려다 우연히 찍힌 사진”이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도 이를 믿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고인이 된 한씨는 사건 당시 정신이상증상을 보이며 주변 사람들을 불안케 하던 흑인청년을 진정시키려다 참변을 당했다는 게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증언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주위 어려움에 냉담한 현대인들의 이기주의와 극한 선정성으로 치닫는 황색언론이 공범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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