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일은 무엇일까? 부모나 자식 등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빼놓자. 그다음은 아마도 나이 들어 보살펴 주는 이도 없이 병든 몸으로 추운 곳에서 끼니를 굶는 것일 게다. 사람에게 있어 먹는 것만큼 중요하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배고픈 이에게 주는 밥 한 끼는 세상과 바꿀만한 값어치가 있다. 수원화성을 축성한 조선시대 정조는 백성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군주였다. 그가 수원에서 행했던 일 가운데 하나가 백성들에게 죽을 끓여준 것이다. 죽을 나눠주기 전 직접 맛까지 봤다. 쌀을 나누어 주는 사미행사도 했다.
10일 밤 열린 대선후보자 토론회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복지문제였다. 복지 사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굶는 아이와 노인들에게 밥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밥벌이를 할 수 없는 노약자들의 식사를 국가나 지자체가 챙겨 주는 것은 복지 포퓰리즘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경기도의 경우 식사를 거르는 저소득 노인을 위해 매일 1끼의 무료급식과 도시락 배달을 지원하고 있다. 무료급식의 경우는 매일 1만8천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143개소의 제공기관, 300여 명의 조리사들이 수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천700여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제공기관에서 만든 도시락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빠짐없이 가정에 배달하고 무료급식소 설거지와 배식 등 궂은일을 마다 않고 해낸다.
그런데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이 지나치게 짜다. 현재 1끼에 무료급식 2천300원, 도시락 배달 2천800원인 지원 단가로는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경기복지재단이 최근 발간한 ‘저소득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및 도시락 배달 지원 단가 산출 연구 보고서’도 노인급식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과 같았다.
연구자들은 노인의 필수 영양섭취량을 고려한 무료급식의 최소한의 단가를 1끼 2천500원, 도시락 배달 지원 단가는 운영비가 추가 인상된 3천 원을 적정 가격으로 제안했다. 아울러 적정인력배치, 식자재비와 운영비 분리 지원 등의 정책적 개선점도 내놨다.
‘식사제공은 노인 간 친분형성을 통해 사회적 소외감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처방 기능과 예방적 기능도 함께 가지므로 지원 단가 인상뿐만 아니라 제공 대상자들도 점차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노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