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이 코앞이지만, 이제는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추이를 알 수 없다. 선거법에 따라 1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만을 공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13일 이후부터 선거일인 19일까지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른 채 ‘카더라통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여론조사의 결과다. 같은 시기에 동시에 실시한 각 언론사와 조사기관의 지지율이 천차만별이다. 13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간 차이는 0.5%P부터 6.8%P까지 다양하다. 0.5%P 차이는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무의미하다. 그러나 6.8%P는 특정후보가 이미 오차범위를 벗어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음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각 선거캠프는 여론조사결과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한다. 한쪽은 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해석이고, 또 다른 쪽은 여론조사 수치에서 역전의 흐름을 읽어낸다. 서로 우세를 장담하는 것은 편승효과인 ‘밴드웨건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표심이 앞서는 쪽에 쏠린다는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여론조사의 이상한 점이 있다. 독자들도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특정 여론조사의 결과가 조사를 의뢰한 쪽의 의중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는 기현상이다. 흔히 보수진영의 여론조사는 보수성향의 후보가, 진보진영의 여론조사에 진보성향의 후보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여론조사는 OEM(주문자생산방식)”이라는 비아냥의 소리도 들린다.
선진국의 경우 여론조사의 신뢰수준은 높다. 여론조사 후 발표하는 ‘±0%’라는 수치가 아니라 국민들의 믿음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또 지난 미국대선 당시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롬니 후보의 경우에서 보듯 선거직전까지 여론조사를 공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진국에서 여론조사는 소수점 이하까지 의미를 가지며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여론조사 존립근거를 흔드는 과거 사례가 빈번했다. 지난 지방선거에 나선 송영길 인천시장은 본지를 제외한 수십 개의 조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에게 10~20%P가량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크게 뒤질 거라던 송 시장이 인천시장실에 입성했다. 이외 서울시장 선거와 강원도지사 선거 등에서도 여론조사와는 상반된 결과가 여론기관들을 당황하게 한 경험이 새롭다.
여론조사는 정확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공정해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