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는 카메라 오브스쿠라(camera obscura)와 같은 광학 도구를 알았을 뿐 아니라 회화에도 즐겨 사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당시 현미경과 렌즈를 만든 반 레벤후크는 그의 이웃이자 유언 집행인이었다.
베르메르의 작품에는 도저히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초점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발견된다. 이는 베르메르가 광학을 이용한 화가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출발점이다.
많은 예술사가들은 베르메르나 카날레토 같은 일부 화가들만이 카메라 오브스쿠라 기법을 작품에 사용한 것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명화의 비밀」(한길아트刊)에서 그보다 훨씬 이전인 15세기 초부터 서양의 많은 화가들이 광학, 즉 거울과 렌즈 혹은 양자의 조합을 이용하여 생생한 투영법을 구사했으며 1500년 이후에는 거의 모든 화가들이 광학적 투영에서 나온 색조, 명암, 색채의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한다.
영국 팝아트의 기수인 호크니는 어느날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열린 앵그르 전을 보고 탁월한 묘사력에 충격을 받고 '도대체 어떻게 저토록 묘사가 사실적일까'라는 의문을 품게된다.
이후 2년간 호크니는 화가의 입장에서 옛 거장들의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단순히 화가의 천재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광학적 기술에 의해 '사진같은 그림'의 섬세한 묘사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반 에이크가 1434년에 그린 '아르놀피니의 결혼'에는 배경 정중앙에 볼록거울이 등장하며 라파엘로가 1518-19년경에 교황 레오10세를 그린 작품에서 교황은 왼손에 렌즈를 쥐고있다. 렌즈와 거울은 우연한 소품에 불과할까. 호크니는 화가들이 거울과 렌즈를 사용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거울과 렌즈' 두개의 키워드로 호크니는 수백점의 그림을 증거로 제시한다. 비잔틴 시대의 그림부터 렌즈와 거울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르네상스 시기를 거쳐 19세기까지.
그는 화가들의 작업상태를 재해석했는데 예컨대 베르메르가 가정부나 하녀를 즐겨 모델로 삼은 것은 그들이 렌즈로 관찰하며 오랫동안 세워두기에 가장 만만한 계층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이 화가들의 명성이 광학도구 때문이 아니라 재능 때문이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앵그르가 렌즈와 거울을 이용해 반사된 이미지를 그대로 모사했다고해서 모든 사람이 그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낼 수는 없다. 결국 그림은 광학도구가 아니라 손으로 그려지며 화가 개인의 심성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296쪽. 6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