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얘기다. 내년 새 학기에 대학 4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이 휴학을 한다고 한다. 4학년 대학과정을 마친다고 해도 취직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들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 휴학이라는 것이다. 휴학을 하고 스펙을 쌓거나 경제여건이 나아질 때까지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이 아들의 각오였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사회에 대한 현실기피가 아닌가 우려스럽다.
“과외 알바는 고사하고, 학원강사나 방문교사 자리도 하늘의 별따기에요. 편의점이나 PC방 알바라도 구해야 되는데 그것도 어려워요.” 천정부지의 등록금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생활비 등으로 고난의 한 학기를 어렵사리 마감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있지만, 극심한 경제 불황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안절부절 하고 있다는 본보의 보도다.
알바의 현실이 이 정도니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대학 휴학생 100만 명 시대가 10년을 넘기고 있다. 장기불황이 젊은 세대의 의지를 꺾고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슬픈 일이다.
취업해 본 적이 아예 없는 청년실업자 비율이 지난 10월 기준으로 6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의하면 10월 취업 경험이 없는 20, 30대 실업자는 3만6천 명으로 9월의 2만6천 명보다 1만 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취업을 해보지도 못한 채 실업자로 나이 먹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 무경험 청년실업자 비중이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3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10대 공약 중 가장 먼저 실천되기를 바라는 것은 일자리 창출 공약(20.2%)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10대 공약 중에서도 일자리 혁명 공약(18.3%)에 대해 가장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국민의 최고 관심거리는 일자리라는 사실을 두 후보는 알아야 한다.
역대 대통령 모두 재임 중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청년 실업률이나 비정규직 문제는 지금껏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늘은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신세대-구세대, 보수-진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가 누구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를 바란다. 우리 헌법 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그냥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을 놓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