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흠모하는 역대 제왕 가운데 당나라 태종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구려와의 질긴 악연으로 우리에게는 기꺼운 존재가 아니나 중국인들은 ‘정관(貞觀)의 치(治)’라는 태평성대를 연 명군(名君)으로 기억한다.
당태종 이세민은 아버지 고조가 당나라를 창건하는 데 1등 공신으로, 형과 아우를 척살한 후 왕위에 올랐다. 대장정을 이끌며 중국 전역을 공산화한 마오쩌뚱이 “중국 역사 이래 최고의 군사전략가”라고 태종을 숭배할 정도다. 그런데 태종의 위대함은 불패의 무력에 머물지 않고, 문민정치를 통한 태평성대를 열었다는 데 있다.
과거 역사에서 뛰어난 전략과 무력으로 숭앙받던 수많은 제왕들이 있었지만 태종과 같은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태종이 ‘정관의 치’라는 찬란한 업적을 쌓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대재상 ‘위징(魏徵)’이다.
위징은 당초 태종에 의해 살해당한 이건성의 책사였다. 그는 당시 태자였던 이건성에게 태종을 먼저 독살해야 한다는 계책을 내놓은 바도 있다.
따라서 태종이 정권을 잡자 주변에서는 당연히 위징을 참살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태종은 위징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그를 자신의 근거리에 두고 고언(苦言)을 들었다.
위징은 바른 말을 잘했다. 여느 권력자 치고 쓴소리를 좋아할까마는 태종은 달랐다. 성정을 못 이겨 큰소리로 위협하기도 하고, 공갈을 치기도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태종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 위징을 항상 곁에 두었고, 신임과 함께 승차시켜 당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끄는 주력으로 삼았다. 현대 중국지도자들이 금과옥조처럼 되뇌는 인민의 무서움은 위징의 말에서 나온다.
태종이 치국의 도리를 묻자 위징은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뜨게 해주지만 반대로 전복시킬 수도 있다”고 답했다.
선거가 끝났다. 이제는 갈등을 봉합하고 미래를 향한 국민적 에너지를 모을 때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화합과 포용’이다. 말로만의 ‘화합과 포용’이 아니라 감동이 있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승자의 여유로운 일방적 용서나 배려가 아니라 공생(共生)을 위한 공간을 내주어야 진정한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을 죽이려했던 위징을 끌어안고, 백성이 행복한 세상을 열었던 태종처럼 과감한 인재등용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치적 보복의 악순환은 끊어내야 한다.
태종은 자신의 정적을 섬기던 장수들을 용서하며 “섬기는 사람에게 충성을 바친 것을 가지고 죄를 주지는 않겠다”는 포용력으로 ‘제왕 중의 제왕’이 됐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