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징글벨을 들으면 동심 세계로 빠져든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크리스마스의 행복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실종된 가족이 살해되는 아픔을 간직한 유족에게는 매년 돌아오는 12월은 지우고 싶은 계절이다.
상당수의 일반 국민이나 매스컴에서 ‘강력범죄’ 혹은 ‘흉악범죄’라는 용어를 언어적인 의미 그대로 범죄의 수법이나 결과가 끔찍한 범죄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강력범죄는 특정한 범죄 유형을 묶어 놓은 형사사법기관의 실무상 의미다. 주로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범죄로서 흉기사용 및 물리적인 힘을 가해 1차적으로는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하지만 2차적으로 재산상의 피해를 야기하는 범죄를 말한다.
강력범죄 피해자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검거되고 사건이 마무리 된 이후에도 우울, 실직, 자살 등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5년 전 안양 어린이 살인사건 유족 중에는 술에 의존해 하루를 버티기도 하며, 2008년 나영이 사건 피해아동 역시 최근까지도 지속인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강력범죄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기 위해서는 의료지원과 생계지원 등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2010년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이 제정되었고 기금의 재원은 전년도 벌금 수입액의 4% 이상으로 2011년에는 614억, 2012년에는 550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예산이 마련되었다. 이 예산은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에 관련된 사업이나 활동에 사용할 것을 목적으로 여성가족부, 법무부, 보건복지부에 배정되었다.
경찰은 ‘피해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여 즉각적인 위기 개입과 신속한 피해 회복을 돕는 피해자 보호의 1차적 기관이다. 즉, 일정한 사건처리 과정을 거쳐 시간이 경과한 후에 피해자를 접하게 되는 검찰, 법원과는 차별화 된 초동조치의 역할과 중요성을 가진 형사사법기관이다.
실제로 범죄피해자 1천158명을 대상으로 2010년에 실시한 ‘처음으로 범죄피해지원 서비스를 받은 기관’을 조사한 연구에서 전체 응답자의 24.9%(288명)가 경찰(인권보호센터)이라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경찰 다음으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15.9%(184명), 가정폭력상담소(15.7% 182명), 기타(13.9%, 161명), 성폭력상담소(10.9%, 126명), 법률구조공단(9.8%, 114명), 아동관련상담소(4.8%, 56명), 검찰의 피해자지원실(3.7%, 43명), 법무부 구조지원과(0.3%, 4명) 순으로 나타났다. 긴급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강력범죄 피해자를 가장 먼저 접촉하는 경찰의 마음가짐은 따뜻하고 친절해야 한다.
범죄피해자보호와 지원을 위한 재정적인 뒷받침은 필수적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경찰은 해마다 500억 원이 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단 1원도 배정받지 못하고 형사들이 개인적으로 돕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중학생 아들도 살해하려다 아들은 놓아주고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엄수도 없는 중학생은 갈 곳이 없었다.
결국 사건담당 형사들이 데려와 숙직실에서 재우고 자장면과 햄버거를 사주면서 밤낮을 안전하게 지냈다. 3일 후, 자살한 친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경찰에서는 사건을 처리함과 동시에 친족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위해 청소년 상담기관 및 해당 시와 연계하여 쉼터입소, 진학, 기초수급자 선정 등 사후관리까지 수행했다.
경찰서를 떠나 쉼터로 가던 날, 힘들어도 꿋꿋하게 살라며 지갑 속 만 원짜리 몇 장을 건네던 팀장의 모습과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나중에 경찰이 되겠다며 눈물을 흘리던 학생의 모습이 떠오른다.
범죄피해자의 보호·지원을 위한 국가예산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 결과는 결국 피해자에게로 돌아간다.
경찰은 강력범죄 피해자들을 위해서 개인의 사비가 아닌, 국가 예산의 정당한 요구와 집행을 위해서 지금보다 적극적이고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다. 국민 가슴에 치안복지가 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