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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건배사, 30초의 미학

선거도 끝나고, 2012년의 송년회가 막판 스퍼트에 나서고 있다.

인정에 죽고 사는 한국인의 정서가 송년회의 횟수를 늘리고 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의사를 교환했지만 얼굴을 맞대고 따뜻한 손길을 맞잡아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송년회에서 빠지지 않는 게 건배사다. 그런데 준비 없이 ‘위하여’를 외치면 박수는 받겠지만, 밋밋하기 그지없다.

다음 사람이 ‘센스 있고, 기발하며, 머리에 쏙쏙 박히는’ 건배사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을라치면 뒷맛이 씁쓸하다. 특히 회사 상사나 주요 거래처 관계자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의 재치 있는 건배사 한 마디는 승진이나 계약을 담보하기도 한다니 눈여겨 볼 일이다.

건배사 몇 가지를 소개하면 ‘9988234(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자)’는 ‘9988231(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일어나자)’로 진화했지만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만큼이나 오래된 구석기 유물로 취급받는다.

‘나가자(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 ‘소나무(소중한 나눔의 무한 행복을 위하여)’,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오징어(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등은 구형(舊型)이다.

‘남행열차(남다른 행동과 열정으로 차세대 리더가 되자)’, ‘주전자(주인답게, 전문성을 갖추고, 자신감을 가지고 살자)’, ‘통통통(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 ‘마무리(마음먹은 대로, 무슨 일이든, 이루자)’ 등은 보급형이다.

‘우리는/하나다’, ‘함께 가면/멀리 간다’, ‘스트레스여/가라, 행복이여/오라’, ‘선배는/끌어주고, 후배는/밀어주고’는 선창과 후창이 있는 화합형이다.

특이한 것은 ‘이상은/높게(잔을 높게 들며), 우정은/깊게(잔을 내리며), 잔은/평등하게(잔을 모으며)’ 등을 순서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단체운동형도 있다.

좋은 사람, 보고 싶은 사람, 고마운 사람들과 만났으니 송년회는 자체로 즐겁지만 방향 잃은 건배사는 분위기를 썰렁하게 한다.

예전에 모 사회단체장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 기념 만찬에서 건배사로 ‘오바마’를 외치고는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뜻으로 풀이했다가 성희롱 건배사라는 욕을 먹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가정과 건강을 위한 최고의 건배사는 ‘222를 위하여(2가지 술을 섞지 않고, 2잔 이상 권하지 않고, 2차는 절대불가)’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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