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 (목)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경기춘추]하석용"또 한해가 지는데 인천은…"

 

지금 이 도시에 구성원 모두 정직한 반성뿐 해가 저무는 이때 정리해본다

인간들이 모여 살아가는 세상의 한 해 살림살이는 언제나 다사다난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인천의 2012년은 그중에서도 유별했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별호가 나버린 재정위기의 문제를 비롯해서 아시안 게임에 이르기까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문제들이 한 해 내내 인천의 하늘을 무겁게 덮어 눌렀다.

지방자치제가 본격 실시된 뒤로, 이 나라의 자치 행정들이 부족한 경륜을 바탕으로 한 정치적인 과욕과 그를 따를 재주가 없는 현실적인 능력의 괴리 사이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은 이제 거의 전국적으로 일반적인 사정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인천이 유독 주목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현재 인천에서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들을 지역적으로 추려 보기로 하자. 인천의 가장 북쪽 지역인 옹진에서는 연평도 피격 이후 추진된 지역 개발 지원의 문제가 계획만 요란한 채 거의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서 있고,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강화교동의 평화 산단은 과연 실현이 가능하기는 한 일인지 기약이 없다.

경인아라뱃길과 관련해서 쏟아졌던 꿈같던 기대효과는 오히려 많은 문제들만을 드러낸 채 아직 인천시민들에게 아무런 기별을 주지 않는다. 영종과 청라에 전개되던 경제자유구역의 화려한 그림들은 미단시티와 밀라노의 환상이 깨어지면서 오히려 퇴영의 그림자 속에서 입주민들의 속만 태우고 있고, 제3연륙교는 이제 정말로 그 실현이 가능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수도권 매립지의 논쟁은 아마도 영원한 숙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이고, 계양산의 골프장과 시민공원 논쟁은 법정으로 옮겨가고 말았다. 검단신도시가 인천도시공사의 수렁이 되어 버리고 루원시티가 루인(ruin)시티가 되어버린 지가 오래되었건만 올해에도 묘책은 나오지 않았고 인천내항의 용도변경 계획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소모적인 논쟁도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한다.

구도심의 재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난맥상이나 재래시장 상권의 재생과 대형 소매유통점들의 난립 문제, 부동산 경기 침체의 문제쯤이야 전국 공통의 문제로 치부한다 하더라도 인천의 경제를 지탱하던 대기업들과 알짜 중소기업들의 집단 도시 이탈 현상은 아무래도 태평하게만 바라보기는 힘들다.

간간이 이어지는 몇몇 기사거리로 연명하는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은 이제 이 도시의 확실한 난제로 굳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고, 송도국제도시의 물류기지 산업화의 근거가 되는 송도 신항의 건설조차 삐걱거리고 있다.

아무리 공용자산을 팔아 메운다 해도 인천의 재정은 여전히 내일 당장 공무원의 급여를 걱정하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인천 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은 미래의 꿈에 상관없이 오늘 당장 허리가 휘는 가장 무거운 짐이다. 아무리 인천시의 관계자들이 인천의 거시지표를 열거하며 어려운 인천을 부정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손으로 만든 2013년 예산안은 밝은 인천의 내년을 기약하지 못하고 이미 시중의 경제 주체들은 인천의 내년을 믿지 못한다.

이러한 인천을 위로하는 것들로 아시안게임과 GCF의 후광이 있고, 느닷없이 317조 원인가 하는 에잇시티 개발계획이 터져 나왔지만 그 속이 너무나 허전해 보인다. 2012년의 인천은 대체로 웃을 일보다는 궂은 일이 더 많았던 것이 아마도 사실이다.

인천이 이렇게 된 이유를 이 자리에 새삼 따로 밝혀야 할 이유는 없다. 이미 인천시민을 비롯해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 까닭을 모를 리가 없어서다. 굳이 따져서 과거와 현재, 선택한 자와 선택 받은 자의 책임 논쟁을 해보았자 실속이 없고 당장 어찌 달라질 방도를 찾는 것조차 힘겨워 보여서이기도 하다.

아마도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나, 어쩌면 이 도시의 리더십에 결정적인 혁명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 이 도시에 필요한 것은 아마도 정직한 반성… 오로지 구성원 모두의 정직한 반성 그것뿐이 아닐까 싶어 해가 저무는 이때 여기 한 페이지를 정리해 본다. 그래야 새해를 맞을 낯이라도 있을 테니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