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4 (월)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창룡문]노숙자(露宿者)

철도 역사, 터미널, 지하도, 거리 등지에서 한데 잠을 자는 사람을 노숙자(露宿者)라고 한다. 경제적 빈곤이 주요 이유지만 알코올중독, 가정불화, 정신질환 등으로 가정에서 떨어져 나온 갈 곳 없는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그저 ‘집이 없는 사람들(The Homeless)’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버려진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의 불결한 위생상태와 음주, 위협적으로 보이는 외모 등은 마주치는 이들로 하여금 경계하게 만든다. 아니 지하도를 지나다 멀리서 이들이 보이면 멀리 돌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노숙자들의 역사는 인류 도시역사와 궤를 같이할 정도로 오래됐다. 산업화와 함께 도시화가 본격화되면서 농촌인구가 도시로 몰려들었고, 노숙자가 양산됐다.

동서고금을 가릴 것이 없다. 요즘도 중국이나 인도의 도시빈민들을 보면 진행 중인 노숙자문제의 아픔을 직면케 된다.

중국의 도시빈민은 남한인구에 준하는 5천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결국 도시빈민과 노숙자문제를 겹쳐 놓으면 지구촌 모두의 문제다.

선진국 미국의 노숙자문제가 우리에게 체감된 것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시작된 주택가격 하락으로 수많은 미국민들이 집에서 쫓겨나면서다. 그러나 미국의 노숙자문제는 꽤 역사가 깊다. 특히 ‘레이거노믹스’를 구가하며 미국경제의 황금기를 누렸던 레이건 대통령 당시, 노숙자가 양산됐다는 통계는 역설적이기도 하다. 일본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최악의 경제침체에 돌입한 1995년 이후 수많은 노숙자가 생겨났다. 여하튼 공원이나 공공장소에 종이박스나 신문지 등으로 추위를 이기는 모습은 안타깝다.

남의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다. 멀리 보이던 노숙자문제가 코앞에 와있다. 개화기 소설 속에나 등장하던 노숙자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아, 나도 노숙자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으로 엄습했다. 한때 1만 명에 육박하기도 한 노숙자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통계의 밖에서 고생하는 이들도 엄청 많다.

학식이나 경력, 성별, 나이 등과 상관없이 일단 노숙자로 몰리면 자력회생은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노숙자를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우리 사회분위기를 감안하면 노숙자는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기생(寄生)할 수밖에 없다.

어제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였다. 두꺼운 옷과 머플러, 장갑 등으로 중무장했지만 추위는 살을 파고들었다.

일거리도 좋고, 자활대책도 좋다. 그러나 추위 속에 생사의 경계를 걷고 있는 이들을 일단 살려놓고 보자.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