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해 나는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땅에 떨어졌으나 간 곳을 몰랐다.
너무도 빨리 날아가 버려
눈으로도 그 화살을 따를 수 없었다.
하늘을 향해 나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땅에 떨어졌으나 간 곳을 몰랐다.
눈이 제 아무리 예리하고 빠르다한들
날아가는 노래를 누가 볼 수 있겠는가.
오래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떡갈나무에
부러지지 않고 박혀있는 화살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친구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것을 나는 알았다”
쉽고 감성적인 언어로 사랑받는 미국의 시인 롱펠로우가 남긴 ‘화살과 노래’라는 작품이다. 한번쯤은 읊조렸을 시구(詩句)가 2012년을 하루 남기고 다시금 맴돈다.
인간은 살면서 무수한 화살을 허공에 날리고, 노래를 부르는 숙명을 타고 난듯하다. 지난 한 해를 살면서도 무수한 화살을 쏘았다. 어떤 화살은 목표물에 접근도 못했고, 어떤 화살은 아직도 날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노래는 드넓은 하늘의 끝자락에서 소멸됐으며 곡조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시간은 화살같이 흘러 벌써 1년의 마지막을 고하고 있다. 사실 장구한 우주의 역사 속에서 2012년과 2013년을 구분 짓는 하루의 시간이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인간이 재단한 시간의 흐름이 어떤 의미를 지니겠는가. 다만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과거는 화살이 되고, 노래가 되어 허공에 흩어진 것을.
두 손을 모은다. 우리가 쏜 화살이 나무에 박혀있고, 우리가 부른 노래가 친구의 가슴에 남겨지기를. 아들로 전승되고, 친구들에게 기억되는 삶을 기대하는 것은 헛될지 모르나 이 또한 화살을 쏘는 인간의 유전적 욕심이다.
달력 속 시간은 흘러갈지라도 우리는 보내지 않은 시간을 갖고 있다. 바로 기억과 추억이다. 시인에 따르면 기억은 다시 올 수 있는 과거이며, 추억은 다시는 못 올 과거라는데 나이가 들수록 기억보다 추억이 많아진다.
짧은 삶속에서 되돌릴 수 없는 하루가 또 흘러간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